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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구글 vs 네이버]첨단기술 연구비 쏟아붓기, 종착지는 'AI'[R&D]⑥'구글' 총액, '네이버' 매출 대비 비중 우위…기존 서비스 '효율 제고' 인식

박동우 기자공개 2023-02-20 07:29:0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17:1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과 네이버의 성장 근간은 '정보기술(IT)'이었고, '첨단기술 확보'가 미래 기업 생존의 화두였다. 자연스레 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붓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총액에서는 구글이, 매출 대비 R&D 비용의 비중에서는 네이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 회사의 연구 노력이 향하는 종착지는 '인공지능(AI)'이다. 기존 서비스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사용자 편의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검색엔진을 넘어 종합 플랫폼 운영사로 진화하는 만큼 AI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연간 400억달러 집행' 구글, '매출 25% 투입' 네이버

지난해 구글이 쓴 연구개발비는 연결 기준으로 395억달러(50조1176억원)다. 2021년 315억6200만달러와 견줘보면 25.2% 불어난 금액이다. 네이버 역시 R&D에 집행한 비용이 늘었다. 2022년 3분기 누적 개발비가 1조30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5% 증가했다.


절대적 금액만 놓고보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구글이 압도적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에서는 네이버가 구글보다 월등히 앞서는 모양새다. 네이버의 R&D 집행액 규모는 연간 영업수익 대비 25% 안팎을 유지해왔다. 2022년 9월 말에는 21.9%를 기록했다. 구글의 경우 △2018년 15.7% △2020년 15.1% △2022년 14% 등으로 네이버와 10%포인트(p)가량 격차가 발생했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구글은 미국 회계기준(US-GAAP)을 따른다. 재무제표 작성 지침에 입각해 연구개발 부문으로 투입된 금액을 온전한 비용으로 처리한다. 개발을 마무리한 특허나 산업재산권만 자산의 범주에 포함해왔다.


네이버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해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K-IFRS에 따르면 기술을 토대로 미래 경제적 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뚜렷하다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이 기술을 판매할 의도를 지니고 있을 때도 자산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개발한 기술을 제3자에 판매하지 않고 주력 서비스와 연계해왔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능을 개량해 플랫폼에 체류하는 충성 고객의 풀(pool)을 넓히는 취지가 반영됐다. R&D 성과의 경제적 효익을 계상하기에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개발 결과물 가운데 기사 요약문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뉴스 브리핑' 기술이 대표적이다. 기존 뉴스 서비스 이용자 편의를 향상하는 효과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쇼핑 페이지에 등록된 상품의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딥러닝(기계학습) 기술 역시 플랫폼 검색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중추' 네이버랩스·클로바CIC, 구글리서치

네이버는 사업 구성과 연계해 R&D 조직을 편제했다. 기존 서비스의 효율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만큼, 현업 실무진과 연구 인력의 유기적 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광고, 커머스 플랫폼, 지도 기술(Maps Tech) 등 분야별 개발 조직들을 뒀다.

연구 조직의 덩치가 커지면서 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사례도 존재한다. 2017년에 출범한 '네이버랩스'가 대표적이다. 모체는 2013년에 론칭한 사내 R&D 조직으로, 애초 수익 실현을 감안하지 않은 만큼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2017년 마이너스(-) 335억원 △2019년 -375억원 △2021년 -545억원 등으로 해마다 영업손실을 본 대목이 방증한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적자 실적에 동요하지 않고 꾸준하게 재무적 지원을 단행했다.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2017년 이래 2022년 12월까지 누적 2900억원을 투입했다. 로봇, 빅데이터 등 미래에 각광받을 기술을 연구하는 산실이라는 중요성을 더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해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하나둘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에 들어선 네이버 제2사옥 '1784'에는 자율주행 로봇을 보급했다. 임직원들에게 택배 물품을 보내주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위치와 지도상 오차를 10㎝ 이내로 단축한 고정밀 지도도 선보여 일반에 공개했다. 학계·연구기관·기업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에 기여하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AI 연구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기술 개발팀 '클로바'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CIC가 조직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만큼, 연구진이 R&D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클로바 CIC는 2021년에 인간의 뇌처럼 종합적 추론 역량을 갖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덕분에 검색어 자동 수정, 쇼핑 페이지 상품명 최적화 등 다방면의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다. 여세를 몰아 2022년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협업해 '클로바 스튜디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코딩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입력해 앱을 개발하는 기능이 담겼다. 기업간거래(B2B) 시장 입지 확대를 노린 상품이었다.

네이버 경영진은 단순한 기술 완성을 뛰어넘어 실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클로바 CIC를 분사하는 밑그림도 그려놨다. 다만 기업공개(IPO)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차질을 빚었고, 2023년 상반기까지 네이버클라우드에 통합시키는 결론을 내렸다.

구글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를 'AI'로 점찍었다. 설립 초창기였던 1999년에 입사한 제프 딘(Jeff Dean) 부사장(사진)이 회사의 AI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일찌감치 2012년에 유튜브 영상을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고양이의 표정을 분류하는 실험을 주도하면서 딥러닝의 근간인 '인공 신경망'을 구현해냈다.

당시 만들어진 신경망 모델은 업그레이드를 거쳐 뒷날 구글의 여러 서비스에 활용됐다. △검색 플랫폼 △음성 인식 솔루션 △다국어 번역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픽셀6'에 탑재된 '알파 매트' AI 모델이 돋보인다. 사진 속 인물의 머리카락까지 인식해 배경과 분리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2023년에는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 '바드'도 시장에 내놨으나, 답변의 정확성 개선이 과제로 지적됐다.

그간 AI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기능을 짜낸 일등공신은 '구글리서치(Google Research)' 조직이다. 엔지니어 수천명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알고리즘 △데이터 축적·분류 △로보틱스 △자연어 처리 △네트워킹 등 폭넓은 분야의 R&D를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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