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지금]'이재현의 진심·구창근의 충심' 군살빼기 사활①미디어사업 전초기지 위상 '흔들', 구조조정·분할·매각 '적자탈출' 모색
김규희 기자공개 2023-02-20 07:34:23
[편집자주]
CJ ENM이 엔터부문의 실적 부진을 계기로 본격적인 군살빼기 모드에 돌입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 한류 콘텐츠가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K-콘텐츠' 수요가 늘었지만 국내 미디어산업의 상징인 CJ ENM의 기업가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최근 수년간 막대한 실탄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CJ ENM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은 스스로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화보국’이라는 강한 믿음 아래 1조원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도 확인하지 못한 단계다.위기감을 느낀 CJ ENM은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구창근 엔터부문 대표가 이재현 회장의 특명을 받고 수익 중심 경영에 돌입했다. 효율적으로 조직 및 비용을 관리하는 동시에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모든 벨류체인을 다루는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파워하우스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현 회장 진심 담은 '미디어사업', 20여년간 약 10조 투입
CJ ENM은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긴 하우스다. 이 회장은 그룹 모태인 식품기업 ‘제일제당’을 바이오,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을 아우르는 지금의 CJ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 첫 발이 미디어사업이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20여년간 미디어산업에 약 10조원을 쏟아 부었다.
CJ그룹은 2018년 콘텐츠 계열사 CJ E&M과 홈쇼핑업체 CJ오쇼핑을 합쳐 CJ ENM을 출범시키고 미디어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국내 최고의 콘텐츠 역량과 상품기획 역량을 한 데 묶어 세계적인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기업으로 키운다는 계산이었다.
CJ ENM은 이후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2020년 10월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 JTBC 등과 합작해 국내 토종 OTT 업체를 설립했다. 2021년 6월 웹툰, 웹소설 등 IP를 보유한 네이버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고 2022년 7월엔 KT의 '시즌'과 합병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웠다.
지난해 1월에는 무려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7억7500만달러(약 9300억원)를 들여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을 인수했다. 수년간 북미 현지 우수 제작사를 물색해왔는데 글로벌 역량을 가진 매물이 나오자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피프스시즌은 CJ ENM의 글로벌 거점 확보라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북미시장은 메이저 제작자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콘텐츠 IP 피칭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과거에는 아시아 등 비주류 플레이어에겐 기회조차 오지 않았지만 피프스시즌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2022년 4월 ‘CJ ENM 스튜디오스’까지 설립을 마무리하면서 스튜디오드래곤-피프스시즌-스튜디오스 등 멀티스튜디오 ‘삼각편대 체제’를 완성하고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명' 받아든 구창근 대표, 고강도 구조조정·수익 경영 돌입
2022년 한 해 동안 1조 2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에 집중했지만 아쉽게도 성과는 뒤따르지 않았다. CJ ENM이 지난해 말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최근 3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왔지만 지난해 CJ ENM이 벌어들인 수익은 1374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엔터부문만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엔터부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7% 줄어든 926억원에 불과하다. 4분기에는 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1년 만에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위기의식을 고조 시킨 건 성장전략 부재였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가장 큰 적자를 낸 계열사는 극장업을 하는 CJ CGV였지만 그룹 차원에서 위기감을 느끼게 한 건 CJ ENM이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가인 구창근 대표(사진)를 투입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 대표는 정확한 벨류 판단으로 자신이 몸담은 회사들의 가치를 제고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구 대표는 2017년 7월 해외사업 손실로 수년간 적자 상태인 CJ푸드빌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곧바로 알짜 사업부문인 ‘투썸플레이스’의 물적분할 카드를 꺼내들어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었고 취임 1년 만에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에는 CJ올리브영으로 자리를 옮긴 뒤 프리IPO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마련했다. 구 대표는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을 구축한 인물이다. 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결합을 통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 대표는 그동안 높은 성과를 거뒀던 성장 전략을 CJ ENM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대표 선임 첫해에 적자 사업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분할,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CJ ENM 엔터부문은 올해 초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9개 사업본부를 △영화드라마 △교양예능 △음악콘텐츠 △미디어플랫폼 △글로벌 등 5개 핵심 사업본부로 개편한 게 핵심 골자다. 중복 기능은 통합해 비효율을 줄이고 핵심기능 중심으로 사업체계를 단순화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의사결정체계도 단순화했다. 기존 체계에서 국장 직급을 빼고 팀장-사업부장-사업본부장 3단계로 축소했다. 소규모 팀도 통폐합해 대팀제로 전환해 젊은 인재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만 강도 높은 조직개편으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건 불안요소로 꼽힌다. 국장급 이하 직원들이 한 단계 낮은 보직으로 이동하자 내부 동요가 일어났고 이같은 분위기가 제작 역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J ENM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전략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단위별 책임경영을 시행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다양한 성장 기회를 확대하고 구성원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조직문화 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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