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8조4618억원, 영업이익은 2조4068억원이었다. 2020년 대비 각각 75.9%, 224.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829억원에서 1조9736억원으로 무려 238.6%나 올랐다.

2017~2020년까지 연 매출이 4000억원 후반에서 5000억원대 초반에서 등락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2021년은 금호석유화학이 외형 성장에 성공한 해로 평가된다. 재무 안정성, 영업현금 창출력 등을 인정받아 신용등급도 2020년 ‘A0/긍정적’(한국신용평가 기준)에서 2021년 ‘A+/안정적’로 상향됐다.

지난 몇 년간 추진해온 사업 체질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에서 NB라텍스 생산능력을 2012년 말 연 14만톤에서 2021년 말 71만톤으로 확대했다.

HBR 같은 범용 합성고무 제품과 SBS(스타이렌·부타디엔·스타이렌 블록 공중합체), S-SBR(스타이렌·부타디엔 중합 합성고무) 등 고부가·친환경 합성 고무를 병행 생산하는 체제를 확대한 것도 이익률 향상에 기여했다. 실제로 이를 통한 합성고무 사업 부문의 영업 이익률은 2021년 3%에서 2021년 39%로 올랐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사업들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1년 대비 5.7%, 52.3% 줄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NB라텍스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NB라텍스는 의료용, 조리용 장갑 재료로 쓰이는 합성고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에 병원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서서히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NB라텍스 공급 과잉이 발생해 시장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부문 실적도 움츠러들었다. 합성고무 부문은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지난해 1~3분기 합성고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2~17% 수준이었으나, 4분기에 1.9%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0억원에서 9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합성수지 부문도 주요 소비재의 시장 수요 감소로 실적이 위축됐다. 금호석유화학의 합성수지는 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 잡화 등에 사용된다. 이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정책 시행에 따른 경기 부진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합성수지 부문도 작년 1분기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기 시작해 3·4분기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은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반등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춘절을 기점으로 현지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여행 관련 지표들은 리오프닝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 이는 금호석유화학 합성수지 제품들이 사용되는 가전,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금호석유화학 합성수지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국가다.

NB라텍스 판매량이 2021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를 두고 NB라텍스 마진과 판매량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21년 한때 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NB라텍스 가격이 올해 초 1000달러를 밑돌아 15년 이내 최저치를 보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NB라텍스가 포함된 합성고무의 최대 수출국은 동남아와 중국으로, 전체 수출의 65%를 차지한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개선되는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석유화학업종 시황은 중국 소매 판매 증감률과 유사하게 움직이는데 작년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8%로, 10월(-0.5%)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3월에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경기 부양책이 나온 이후인 2분기나 3분기를 시황 개선 시기로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