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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로드 투 아시아]'현대차 안 탄다'던 인니, 전기차 시대 전진기지 급부상②전기차 공장 준공·현지화율 확대에 지원강화 '기대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1 08:33:19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석권 전략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투트랙으로 이뤄져 왔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빌드업'해준 지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다. 인도 진출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다시 국제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발판이 됐다. 신흥국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기와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2%, 3만4000대'. 현대차그룹의 인도네시아 점유율과 판매량이다. 10년, 20년전 기록같지만 지난해가 그랬다. 10년 전 점유율도 1% 미만에 그쳤다. 그런데도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공들일 국가로 낙점했다.

낮은 점유율은 반대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3%대의 점유율 이면에는 전년대비 462%의 성장폭이 숨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위상도 점점 악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현대차는 안 탄다'던 인도네시아는 진출 30년 만에 대통령이 현대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풍경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상용차로 첫 발…'반짝 스타' 마이티 아쉬운 성과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첫 차를 수출한 해는 1995년이다. 기아도 1996년 세피아를 보냈다. 다만 완성차 시장에서는 대규모 계약을 유의미한 첫 진출로 보고 2000년을 본격적인 출발로 꼽는다. 인도네시아 보소와 그룹과 중형트럭 마이티Ⅱ를 현지조립 방식으로 1만5000대 공급하며 동남아시아 시장의 문을 열었다.

프리미엄급 트럭이 등장한 요즘이지만 여전히 '트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새파란색 상용차다. 현대차의 소형·중형트럭 포터와 마이티 등이 파란 옷을 입으며 굳어진 이미지인데, 이 푸른 '마이티'가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첫 가교였다.
현대차 마이티Ⅱ.
마이티의 색처럼 미래가 푸르기만 했다면 좋았겠지만 한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초반에는 인기가 좋았지만 2000년대 후반 품질 문제가 수면에 올랐다. 한쪽에서는 판매량이 저조하다, 한쪽에서는 품질이 낮아 안팔린다는 등의 주장으로 현지 조립·판매 계약 기업과 내홍이 불거져 약 2000억원의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때 버려진 마이티가 판매처와 운송 사업체 마당에 즐비했다는 회고도 나온다. 불만이 쌓인 운전수들이 '현대차는 안 탄다'고 다짐했다는 전언이다. 2010년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네시아 점유율은 합해도 2%를 겨우 넘겼다. 상용차로 좁히면 0.3%에 불과했다.

소소한 반등의 조짐이 보인 건 경차 시장에서였다. 기아의 모닝(현지명 피칸토), 현대차의 아베가 등이 계약 후 출고까지 2~3개월이 소요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2010년대 로이터 등 외신들이 현대차그룹을 두고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전기차 밀어주는 인니, 현대차그룹 급부상

험난했던 여정에도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를 놓지 못한 이유는 뚜렷하다. 예나 지금이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인구 확대와 자동차 보급량, 상용차 등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전기차와 프리미엄 차종 등 고급재 성장 가능성에 눈길을 돌리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완성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신차 기준 105만대 수준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까지 250만대 전기차를 보급하는 한편 2030년까지 전기차의 점유율을 전체 차 중 2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지생산 전기차에 대해서는 8000만 루피아의 보조금도 지급할 방침이다. 부품 수입 관세 와 사치세(15%) 면제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주요 혜택 중 하나다.

때문에 진짜 판세 변화는 전기차 시대부터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퍼스트 무버'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이 전에 없이 뚜렷해 졌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지난해 4월 말 인도네시아에서 사전예약을 연지 5일 만에 1600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전년 인도네시아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약 700대로 두배가 넘는 물량이 하루만에 팔렸다.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2021년 87%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GM우링 에어EV가 점유율을 높이며 아이오닉5의 판매량이 2위로 밀렸지만 에어EV의 가격이 아이오닉5의 3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아이오닉5의 현지 가격은 6600만원 수준, 에어EV는 2200만원 수준이다.

◇브카시 공장·배터리 합작사에 생산량·현지화율 확대…지원강화 '기대'

인도네시아가 전기차에 '진심'이라는 점은 지난해 3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시에서 연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준공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더불어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브카시 시에 완공된 현대차 공장 전경.

브카시시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2019년부터 1조9000억원을 들여 지었다. 아세안 지역 거점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수도 자카르타와는 40㎞, 동남아시아 해운 중심지인 탄중 프리오크와 거리도 약 60㎞로 가깝다. 면적은 77만7000㎡, 연 생산량은 15만대다.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를 모두 갖췄다. 아이오닉5와 크레타 SUV를 주력 생산한다. 앞으로 연 25만대 생산량을 목표하고 있다.

반면 1위사인 상하이GM우링의 전기차 연 생산 규모는 1만대에 그친다. 올해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정부의 현지생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현대차 구매를 노렸던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줄인다면 승산이 보인다. 현지화율이 높은 기업에는 세제 혜택도 예정돼 있어 가격을 더 낮출 여지도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현지화율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HLI그린파워' 덕이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입하는 자금만 1조원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8월 투자금을 마련해 순항 중이다.

상반기 완공을 앞뒀다. 2024년 배터리 공급을 목표로 하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 법인으로부터 배터리를 수급해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 등에 탑재할 예정이다.

'앓던 이' 마이티 이야기로 돌아가면, 현대차그룹은 현지 AG그룹과 201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상용차 합작사를 설립하며 상용차 판매를 재개했다. 대형트럭 엑시언트와 함께 뉴 마이티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의 첫 번째 '전기차' 중형트럭 마이티 EV가 상용화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설욕전에 도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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