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절차 변화 바람]배당액 예고하는 삼성전자, 지급 절차는 관행대로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는 금융당국 개선안 수용해 정관 개정 돌입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02 09:41:51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09: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배당절차 개선 움직임은 계열사별로 다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비금융 계열 상장사는 기존 관행대로 연말에 배당기준일을 설정한 뒤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하는 순서를 유지한다.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 상장사는 금융당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곧바로 정관 개정에 들어갔다.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올해 정기 주총 안건에 배당절차를 변경하는 정관 개정 안건을 올렸다.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 배당금액을 결정하던 기존 절차가 주주 친화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배당기준일을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정관을 정비해 내년부터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한 뒤에 이를 수령한 주주를 정하는 순서로 결산배당을 지급 절차를 바꾼다.
◇ 금융당국 의중 따르는 금융 계열사, 관행 따르는 비금융 계열사
삼성그룹 4개 금융 계열 상장사 중 3곳(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이 배당절차를 손보는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삼성생명은 아직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지 않아 안건이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 상장사 12곳은 모두 기존 배당절차를 유지한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은 올해 주총 안건에 배당절차를 변경하는 정관 개정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안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계열사별로 대응 전략이 갈렸다. 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취지를 수용해 배당절차 변경에 동참했다. 삼성카드는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이 발표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 방안'을 반영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장사에 배당절차 개선을 강제하지 않고 관련 근거만 제시했다. 법무부가 현행 상법에서도 결산배당 배당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설정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줬다. 분기배당도 배당기준일(기존 3・6・9월 말)을 변경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올해 2분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정비하는 정관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배당기준일을 이사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수정한다. 삼성화재는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에 공고하는 내용으로 이익배당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기존 정관은 매 결산기말 또는 중간배당 기준일 주주 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3개년 배당 목표 제시하는 삼성전자 CFO…지급 절차 개선은 관망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배당절차 개선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금융, 비금융 계열사를 가리지 않고 배당절차를 개선하는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배당 규모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해 둔 덕분에 다른 상장사와 달리 배당절차 개선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배당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2015년 처음으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3년 동안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를 주주 환원에 쓰기로 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전제)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차기 중장기 주주 환원 계획부터는 연간 배당 목표를 밝혔다. 이후 3년 단위로 배당 규모를 예고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상훈 전 경영지원실장이 직접 중장기 주주 환원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전 CFO는 연간 배당 목표를 2017년 4조8000억원, 2018~2020년 각각 9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3년간 FCF의 최소 5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유지하면서 배당 집행 뒤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배당 또는 자사주를 매입해 환원하기로 했다. FCF가 부족하더라도 배당은 지급하겠다고 못 박았다.
2021년에는 최윤호 당시 삼성전자 CFO(현 삼성SDI 대표이사)가 투자자들 앞에 섰다. 2021~2023년 연간 배당 목표를 9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3년간 발생하는 FCF의 50%를 환원하는 정책은 유지했다. 의미 있는 규모의 잔여 재원이 발생했을 때는 일부를 조기 환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예고한 대로 배당을 지급했다. 2018~2020년 연간 정규배당은 계획대로 9조6000억원을 지급했다. 3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0년에는 잔여 재원 10조7000억원을 기말 특별배당으로 풀었다. 2021년과 지난해 연간 배당총액도 배당 목표(9조8000억원)와 일치했다.
삼성물산도 삼성전자를 따라 2017년부터 중장기(3개년) 배당정책을 도입했다. 연간 배당액을 예고하는 삼성전자보다 정교함은 떨어진다. 지난 16일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최소 주당 배당금을 2000원으로 유지한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위 깜깜이 배당을 없애겠다는 배당절차 개선 취지에 공감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이 확정되면 내년 주총 때 배당절차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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