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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회사채 수요예측]10년만에 재현된 논란, 금융당국도 '예의주시'②2012년 현대건설 사례 모범규준 개정 계기…당국 심사숙고

이상원 기자공개 2023-03-06 10:44:18

[편집자주]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2년부터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몇몇 발행사와 주관사의 편법 행위가 시장의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더벨이 수요예측 제도의 허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와 관련된 논란이 10년만에 재현됐다. 2012년 현대건설에 이어 GS건설이 희망금리밴드 내 들어온 수요를 배제하며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했다.

10년 전은 수요예측 제도 도입 원년이다. 이로 인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었고 당시 논란은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제도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유사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해결 방안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일단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주관사에 증액 발행 철회를 권고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등의 후속 조치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10년전 사례, 모범규준 개정 계기 마련

2012년 10월 23일 현대건설은 2000억원 규모의 제293회 무보증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구조는 5년 단기물로 구성했다. 희망금리밴드로는 국고 5년물 수익률에 40~5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해 수요예측 제도 도입후 현대건설이 처음으로 수요예측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 엄청난 논란을 낳으며 시장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13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밴드내인 +49bp에 400억원, 밴드를 벗어난 수준에서 9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지만 발행사와 주관사는 모두 미배정 처리했다. 수요예측 도입 초기 정성적 평가로 밴드보다 금리를 높혀 유효수요를 늘리기는 했지만 밴드내 수요를 배제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평판에 손상을 입으면서까지 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경우 향후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화되면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당시 기관투자자 한 곳의 경우 주관사와 한동안 거래를 끊을 정도였다. 시장에 혼란이 야기되자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등 후속조치가 잇따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시 논란으로 수요예측 모범규존에 유효수요라는 개념과 밴드내 들어온 주문은 임의로 배제할 수 없다는 조항이 만들어 졌다"며 "이후로 유효수요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밴드내 수요를 다 반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논란 확산 차단에 주력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두고 업계에서는 관행법과 관습법도 엄연히 지켜야 할 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무시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침체를 겪었다. 그러다 올들어 힘들게 회복된 가운데 신뢰가 무너질 경우 다시 조달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다른 발행사들도 따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한 가격 발견이란 수요예측의 핵심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며 "증권사는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데 이번 선택은 업계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말했다.

사안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금융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사 공시에 대한 심사는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2팀이 맡고있다. 지난 2일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고심끝에 증액을 철회하는 방안을 주관사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10년전 논란 당시에는 모범규준을 손보도록 했던 만큼 이번에도 후속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모범규준에 강제성은 없고 문제될 시 과태료만 부과됨에 따라 제도의 허점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보완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을 앞두고 금융당국에서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정을 요구했다면 해당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증액 철회로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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