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을 대표하는 이슈어인 한솔제지가 약 1년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을 다시 찾는다. 최대 1500억원을 조달해 만기채 차환을 비롯한 여러 운영에 활용할 방침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다음달 초 공모채를 발행해 일정 수준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단독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구체적인 발행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발행 전략을 확정하는 대로 곧장 증권신고서 작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집액은 700억원으로 잠정 책정했다. 만기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누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초과하는 주문이 들어오면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2·3년물은 한솔제지가 2022년 3월 이후 약 1년만에 다시 발행하는 공모채다. 1년 전에는 2·3년물로 1000억원을 조달해 에너지 효율화 설비 투자와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했다. 당시 모집액의 4배에 달하는 1820억원을 주문을 모으는 등 수요예측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후로는 금리 급등으로 인해 얼어붙은 수급을 감안해 회사채 시장에서의 직접조달을 자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2조4580억원의 매출액과 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덕분에 굳이 외부 조달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

1년의 침묵을 깨고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만기채 차환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발행한 253회차 3년물 회사채 1000억원의 만기가 오는 5월 26일 도래한다. 원활한 차환을 위해서는 가급적 증액 발행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11월 한솔제지 회사채의 신용등급과 아웃룩을 'A0,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기업 규모, 밸류 체인, EBITDA/금융비용, EBITDA마진 등의 경영 지표가 A등급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부채비율과 순차입금/EBITDA는 BBB+로의 등급 하락이 우려될 정도로 양호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솔제지가 양호한 현금흐름에도 공모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A등급까지 퍼진 크레딧 시장 열기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케미칼, 세아베스틸,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A등급 발행사는 모두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SK매직, SK렌터카, SK케미칼, ㈜LS, LS전선은 1조원 안팎의 수요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회사채 입찰을 실시한 A등급 기업 가운데 미매각이 발생한 곳은 효성화학, JB금융지주, 한국토지신탁, 삼척블루파워 정도다. 이에 ABL생명, OCI 등 직접조달을 주저하던 다른 A등급 기업도 이달 회사채 프라이싱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회사채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수요예측 흥행을 저해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초 4.9%까지 떨어졌던 A0 등급 3년물의 민평금리는 최근 5.4%까지 상승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시 공격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것이 회사채 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의회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실물경제 시장도 다시금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3월 들어 회사채에 몰리는 수요가 1~2월같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