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전면전, '인력·재원' 대웅제약으로 일원화 나보타 총괄 임원 소속 ㈜대웅→대웅제약 변경, 자사주로 500억 확보
최은진 기자공개 2023-03-13 13:03:29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툴리늄 톡신 균주 도용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메디톡스와의 전면전에 대웅제약이 본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관련 역량을 지주사인 ㈜대웅이 아닌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대웅제약에 몰아주고 있다.관련 사업 총괄 임원을 ㈜대웅에 이어 대웅제약의 사내이사까지 선임했다. 대웅제약의 자사주를 ㈜대웅에 넘기면서 실탄까지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면전에 나서기 위한 인력과 자금을 모두 '대웅제약' 중심으로 일원화한 셈이다.
◇나보타 임원 사내이사 선임 위해 사외이사까지 추가
대웅제약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성수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박 부사장은 '나보타사업 본부장'이라는 직책으로 지주사인 ㈜대웅은 물론 사업회사인 대웅제약에 모두 적을 두고 있었다. 이번 인사로 ㈜대웅의 사내이사에서는 내려오고 대웅제약에만 적을 두게 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박 부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사외이사까지 1인 더 추가했다는 점이다.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로 김용진 서울의대 내과교수가 신규 추천됐다. 정관상 대웅제약은 이사회 총원을 9명 이내로 하고 있다. 기존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으로 총 6인 구성이었다.
총원 규정상 박 부사장을 선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이기 때문에 과반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 박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올리기 위해선 다른 사내이사가 빠지거나 사외이사를 1인 더 추가해야 했던 셈이다. 그만큼 박 부사장을 이사회에 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박 부사장은 당초 대웅제약 임원으로만 있다가 2021년 ㈜대웅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겸직체계가 됐다. 당시는 메디톡스와 3년간 해외서 진행하던 균주 분쟁을 일단락 나던 시기다. 나보타에 대한 21개월 간 미국 수입 중지 판결이 판매사인 에볼루스의 중재로 풀리게 됐다. 국내 소송이 남아있긴 했지만 해외사업의 물꼬가 재개된 만큼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주사가 직접 챙겼던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의 소속 변경이 결정된 건 메디톡스와의 소송전에서 대웅제약이 불리한 여건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양사의 민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기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에 손해배상 400억원을 명령했다. 대웅제약이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하고 관련 제조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에 돌입하는 건 물론 해당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을 이끌어 내면서 사업 중단 리스크를 차단했다. 대관 및 법률 역량을 보강하는 한편 내부 직원의 결속 다지기에도 나섰다.
또 사업을 지속하느냐 마냐 하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대웅제약은 관련 사업에 대한 구심점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담당하는 대웅제약에 관련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목표로 박 부사장의 소속을 대웅제약으로 이동시켰다는 얘기다. 앞으로 투자 및 비용집행 등의 의사결정에서 나보타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의미다. 메디톡스와의 전면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아갈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나보타 신공장 건설, 적응증 확대…전면전 대응할 실탄도 마련
최근 대웅제약이 자사주를 ㈜대웅에 처분하며 자금을 확보한 것도 메디톡스와의 전면전을 위한 실탄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웅제약은 자사주 42만7350주를 주당 11만7000원에 ㈜대웅에 매각했다. 총 500억원 규모다. 모기업이 자회사에 공식적으로 이자없이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준 셈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연구개발(R&D) 투자 등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대웅제약 입장이다. 시장에선 이 재원이 메디톡스와의 소송과 나보타 사업의 확장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한다. 대웅제약도 보도자료를 통해 나보타 사업에 대한 설명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드라이브 걸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나보타 신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한편 영국·독일 등 유럽시장 진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용적응증 뿐 아니라 치료적응증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인력 및 실탄이 대웅제약으로 일원화 된 데 따라 향후 메디톡스와의 전면전 역시 일사분란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이 주요 의사결정 라인에 서고 대규모 실탄까지 확보한 만큼 메디톡스와의 전면전에 한층 더 힘을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박성수 부사장이 대웅제약으로 이동하며 관련 사업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며 "나보타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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