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마이크로투나노' 지분 쥔 리노공업, 차익실현 나설까 반도체 프로브카드 제조사 4~5월 코스닥 입성, 10% 지분 쥔 리노 엑시트 가능성은 낮아
조영갑 기자공개 2023-03-21 08:06:4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1위 반도체 검사용 테스트핀(pin), 소켓(socket) 제조사 '리노공업'이 처음으로 타법인 투자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7년 얼리 스테이지에서 투자를 단행했던 '마이크로투나노'가 코스닥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 지분가치가 수 배로 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마이크로투나노는 공모과정을 거쳐 4월 중순 혹은 5월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신고서 발행 전이지만, IB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마이크로투나노는 공모를 통해 103만주의 신주를 발행하고, 135억원에서 155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한다.
2000년 황규호 대표가 설립한 마이크로투나노는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카드(Probe card) 전문 제조사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칩과 검사장비를 연결, 미세한 핀을 통해 전기적 신호를 송수신하면서 불량 반도체를 판별하는 장치다. 테스트 대상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용, 비메모리 반도체용으로 나뉜다.
황 대표는 1996년 서울대학교 금속재료 공학박사를 수료한 이후 대우전자 책임연구원 등을 지낸 반도체 R&D(연구개발) 전문가다. 2000년 마이크로투나노의 전신인 엠투엔을 설립하고, 반도체 웨이퍼 검사용 프로브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신라젠을 인수한 엠투엔과는 관련이 없다. 반도체 칩 검사시장의 개화를 보고,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초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2007년부터 SK하이닉스에 프로브카드를 공급하면서 정식 밴더사로 등록했다.
마이크로투나노는 기술성 평가를 무난하게 통과해 거래소의 예심승인을 받았지만, 이미 적지 않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성장기업이다. 2021년 말 매출액 318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15.4%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이 강점이다. 지난해에는 전방 고객사가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출하를 대거 늘린 것과 관련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데다 이미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공모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VC, IB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마이크로투나노의 상장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 전후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진 이른바 '엔데믹 반도체 호황'이 올해부터 세가 꺾이면서 공모시장에 뛰어든 반도체주들이 '저 밸류'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투나노에 투자한 기관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마이크로투나노의 주요주주는 황 대표(32.78%) 외에 리노공업(9.59%), SBI인베스트먼트(8.2%) 등이다. 이중에서도 그동안 타법인 투자에 거의 나서지 않았던 리노공업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노공업은 글로벌 반도체 테스트핀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리노공업의 리노핀(Leeno pin)은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 1200여 곳에서 쓰고 있다.
리노공업은 2007년 마이크로투나노의 프로브카드 기술을 높이 평가, 마이크로투나노의 주식 47만주(9.59%)를 26억원에 인수했다. 코스닥 반도체 섹터에서 막대한 현금보유량을 자랑하지만 타법인 출자에는 인색했던 리노공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투자였다. 16년 만에 마이크로투나노가 IPO에 나서면서 엑시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상장 후 리노공업이 상장 밸류를 기준으로 지분을 처분한다면 3배 이상의 멀티플을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리노공업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약 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현금부자' 기업이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마이크로투나노를 활용할 가치가 여전히 크다는 것도 엑시트의 가능성을 감쇄하는 요인이다.
리노공업은 테스트핀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인 프로브카드 분야에서는 메이저 제조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투나노의 기술력과 리노공업의 글로벌 판로를 결합해 공동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FI(재무적투자자)에서 SI(전략적투자자)로 변환하는 셈이다. 마침 SK하이닉스에 절대적인 매출 의존도를 보이던 마이크로투나노 입장에서도 글로벌 판로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필요에 따라 M&A(인수합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투나노 관계자는 "아직 증권신고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사항도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 "주요 주주인 리노공업의 엑시트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접수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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