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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 리포트]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①합작법인 장단점 명확 불구 선택 아닌 필수...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 긍정적

조은아 기자공개 2023-03-30 09:26:11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만남 소식도, 이별 소식도 부쩍 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면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끝이 정해져있다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잡고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만남과 이별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속적인 비유지만 흔히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결혼으로 비유한다. 서로 다른 두 기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합작법인의 장점은 명확하다. 부족한 역량은 보완되고 자금이나 리스크 부담은 분산된다.

단점 역시 뚜렷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필요에 의해 모였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끝이 뻔하다는 한계도 있다. 어제의 아군이 바로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합종연횡 활발...필수로 떠오른 합작법인

최근 몇 년 사이 합작법인 설립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그만큼 또 많이 사라지기도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영업하던 곳이 돌연 청산절차를 밟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력이나 자본력 등 서로 다른 자원과 능력을 공유함으로써 단번에 전략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땐 비용 부담은 줄이고 실패에 따른 각종 리스크는 덜 수 있다. 새로운 나라에 진출할 때도 유리하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각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자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해당 정부의 입장이 훨씬 우호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차의 중국 진출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처음 중국에 진출할 때 유럽 및 미국의 자동차회사들과 비교해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합작법인을 통해 극복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북경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와 50대 50으로 출자해 합작법인을 만들며 중국에 진출했다.

최근 들어 합작법인 설립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손잡고 합작법인(합작공장)을 세웠다. 안정적인 공급처와 수요처를 찾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배터리회사와 배터리 소재회사의 합종연횡도 빼놓을 수 없다. 2차전지에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외에도 다양한 소재가 필요하고, 또 소재를 만들기 위해 리튬이나 니켈, 흑연 등 광물도 필요해 사업 범위가 워낙 넓다.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가격 경쟁력 역시 갖추기 어렵다.

시장이 단기간에 형성되고 개화한 만큼 업계 주도권을 쥐려면 자체 역량을 확대하기보다 일단 다른 기업과 손을 잡고 속도를 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해피엔딩은 없다?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두 기업의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례는 많지 않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맺는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많은 합작법인이 예기치 않게 협력관계를 끝내게 된다. 신뢰를 잃고 갈등을 빚거나,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 등 경영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로 협력을 끝내기로 한다.

실제 합작법인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보통 30년을 넘기기도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겉으론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속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1987년 포스코그룹과 고려아연이 의기투합해 세운 코리아니켈은 최근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두 곳 모두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을 조달하기 위해 독자적 공급망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역시 여천NCC를 분할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07년 인사를 놓고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마찰을 겪어왔던 만큼 둘의 만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진작부터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와 현대중공업그룹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센터는 창립 3년 만인 지난해 결국 청산됐다. 사업 방향을 놓고 양측의 마찰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법인의 처음과 끝, 지분구조

합작법인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분구조 설정이다. 절반씩 투자해 합작법인을 세우는 건 언뜻 보면 가장 쉽고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운영 과정은 그렇지 않다. 법적 문제 또는 실무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의사결정이 아주 더디게 이뤄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절반식 출자할 경우 2명의 대표이사를 두는 공동대표 체제를 이룬다. 둘의 호흡이 잘 맞을 때야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양쪽의 힘겨루기가 나타날 수 있다. 주요 경영진 역시 같이 선임하다보니 이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 이사진 역시 반반씩 구성되는데 한쪽의 반대가 있을 때 이사회 통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여천NCC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은 기업이 선택한 지분율은 51대 49다. 양측의 기여도는 비슷하되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일부러 균형을 깬 형태다. 이 경우 한쪽이 대표이사를 맡고 최고재무책임자(CFO)나 CSO(최고전략책임자) 등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를 나머지 한쪽이 맡는 식이다.

66 대 34도 찾아볼 수 있다.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지분구조다.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특별결의의 일방적 통과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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