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표심 분석]한솔케미칼 사외이사 왜 반대할까국민연금 “이원준 교수, 독립성 훼손 우려”…회사측 “구체적 내용 몰라”
이경주 기자공개 2023-03-31 09:13:16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08: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케미칼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원준 세종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을 한결 같이 반대하고 있다. 3년 전 최초 선임을 할 때도 최근 재선임을 할 때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해관계가 있어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국민연금이 어떤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 교수에게 사외이사로 보수를 주는 것 외에 다른 금전적 계약관계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조직도 한솔케미칼과 거래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대주주와 버금가는 지분율…이 교수 선임 두 번 연속 반대
한솔케미칼은 이달 23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 교수를 사외이사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다만 이날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들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한솔케미칼 입장에선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탓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지분율에 버금가는 2대주주다. 최대주주는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 11.65%다.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한 조 회장측 전체 지분율은 15.02%다.
국민연금은 11.57%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측(15.02%)보다 3.45%포인트 낮다. 3대주주는 KB자산운용(5.03%), 4대주주는 VIP자산운용(5.02%)이다. 국민연금이 조금만 우호세력을 확보하면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3월 이 교수를 최초 선임할 때도 역시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회사와 이해관계에 따른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한솔케미칼에 유리하지 않다.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반대했지만 개선이 없으면 ‘중점관리사안’으로 분류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전개한다.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비공개와 공개면담을 한다. 그래도 개선이 없으면 다른 안건들로 의결권 행사폭을 확대하거나 공개서한을 발송한다.
◇사측 “다른 용역 계약 없다”…이 교수 자문사와도 거래 없어
정작 당사자들이 어떤 이해관계가 문제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이 교수는 THE CFO와 통화에서 “주총 이후 회사로부터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제가 그 내용(반대이유)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공개된 정보 상으론 이 교수와 한솔케미칼은 이해관계가 없다. 이 교수는 한솔케미칼 고객사인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오래전이다. 한솔케미칼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고순도 과산화수소 제조사다.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데 쓰인다. OCI와 시장을 복점하고 있는데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 교수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로 쭉 교단에 있었다. 2001년부터 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전문위원(2007~2012년)과 한국연구재단 R&D기획위원(2014~2015년) 활동도 했다.
2019년부터 DB하이텍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것이 그나마 한솔케미칼과 연결고리가 있는 내용이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웨이퍼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고순도 과산화수소 수요자다. 그런데 한솔케미칼은 DB하이텍과 거래관계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한솔케미칼이 이 교수와 기술자문 등 다른 용역계약을 맺고 금전을 지불하고 있을 경우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가이드라인(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서 이와 관련 "법률과 경영자문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를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해놨다.
그런데 다른 용역계약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DB하이텍과 거래하지 않고 있고, 더불어 이 교수와 경영이나 기술자문 계약을 맺고 금전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세부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주주권행사팀 관계자는 “세부적인 이유에 대해서까지 외부에 공개하고 있진 않다”며 “다만 의안분석(사외이사 선임)을 하면서 인지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 조사를 선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회사측에 확인 작업을 거치고 최종 결과물을 위원회에 부의하고 또 논의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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