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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품질 모두 침수 이전 회복, 포스코 흑자 전환 청신호 설비 복구에 이어 생산·판매 정상화...중대재해 '0'도 주목

포항(경북)=조은아 기자공개 2023-03-27 11:42:57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 직원은 앞으로 둘로 나뉠 것이다. 침수 피해를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포스코 관계자의 말이다. 반 년 전까지만 해도 절망적 의미가 컸지만 이제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포항제철소는 침수 피해를 입은 지 135일 만인 지난 1월 20일 완전히 정상화됐다. 이후 두달이 지난 지금 생산과 품질 역시 피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23일 진행된 포항제철소 프레스 투어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번이 '이렇게 열심히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면 이번은 '이렇게 잘 복구했다는 걸 자랑하는 자리'라고 포스코 관계자는 설명했다.

◇"종합 품질부적합률,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양호"

4개월 만에 다시 취재진을 맞은 포항제철소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포스코 역사에서 가장 큰 악몽으로 남았을 뻔했던 포항제철소 침수는 연인원 140만명이 힘을 모아 피해 복구에 힘쓴 끝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사례'가 돼있었다. 135일의 기적, 내부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제철소가 완전히 재가동됐다는 사실 외에 고무적인 건 생산능력과 품질수준이 완전히 침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점이다. 제철소 투어에 앞서 총괄 브리핑을 맡은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품질 부소장은 "생산, 품질, 설비 등 전 영역에서 복구 전 수준으로 회복해 안정적으로 조업 중"이라며 "가동 초기 설비 장애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6주 후 감소하며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침수 피해로 실적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포항제철소 생산 중단에 따른 영업손실 규모만 3760억원을 기록했다. 피해 복구 비용과 유형자산 손실 등 포항제철소 수해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를 모두 더하면 그 규모는 모두 1조34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1분기 생산이 모두 정상화되면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생산 측면에서는 1월 최대 제원치에 도달했고 2~3월에도 안정적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품질 역시 올 1월 기준 종합 품질부적합률이 침수 전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침수 복구비 등 일회성 비용이 해소되고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정상 궤도에 올랐다.

복구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라던 포스코 관계자의 발언과는 달리 포스코의 발표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있었다. 천 부소장은 복구 과정과 그 결과를 설명하는 데도 긴 시간을 썼지만 저탄소 기술과 수소를 이용한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스마트 고로 등을 설명하는 데 더욱 중점을 뒀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한 만큼 철강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기술 개발, 친환경용 제품 생산, 스마트제철소 실현 등 미래를 향해간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포스코 2열연공장이 정상가동하고 있는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사망사고 발생 '0'...피해 가장 심했던 2열연공장도 활기

이날 재난을 무사히 극복한 포스코의 자축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본사 1층에서 직원들의 복구 상황을 기록한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각 공장, 견학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 위치한 큰 모니터에서도 침수 당시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놓은 영상 등을 틀어놨다. 얼마만큼 큰 피해를 봤고 얼마만큼 노력해서 극복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칫 악몽이 될 뻔했던 침수 사고가 '영광의 훈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단 한 건의 안전 사고도 없었다는 점에 있다. 포스코는 침수 복구 과정에서 '빠르게'보다 '안전하게'를 내걸었다. 무재해 복구를 목표로 내걸고 매우 엄격한 안전관리 체계를 세웠다. 실제 안전 관련 지침을 지키지 않아 현장에서 퇴출된 협력사 직원도 몇몇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엔 천 부소장뿐만 아니라 정석준 공장장(선재부 3선재공장), 이영춘 파트장(후판부 1후판공장), 이현철 파트장(열연부 2열연공장), 최주한 공장장(제강부 2제강공장) 등이 참석해 복구 과정에서의 소회를 전했다.

이번 일정은 열연공장, 제강공장, 고로를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처음 들렀던 2열연공장은 지난해 11월, 포스코가 침수 피해 이후 처음 취재진에 포항제철소를 공개했을 당시만 해도 가동이 멈춰있던 곳이다. 포항제철소의 여러 공장 가운데서도 가장 피해 규모가 컸다. 냉천과 가까이 있었고 상당수의 설비가 지하에 있었던 탓이다. 지하에서 물을 퍼내는 데만 4주가 걸렸다. 이어 30㎝ 높이로 쌓여있던 진흙을 걷어내야 했다. 진흙을 삽으로 퍼내고, 설비 틈을 일일히 손으로 닦아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4개월 뒤 완전히 달라졌다. 1200℃ 이상으로 달궈진 슬래브(Slab)가 여러 개의 압연기를 지나면서 점차 얇고 길어졌다. 납작한 쇳덩어리가 레일 위를 빠르게 오가며 굉음을 쏟아냈다. 견학을 위해 마련된 좁고 긴 통로와의 거리가 어림잡아 20m는 돼 보였지만 창틈으로 열기가 전해졌다.

하루종일 내린 비로 높아진 습도와 두 공간의 온도차가 더해지면서 통로와 공장 사이 유리창엔 김이 잔뜩 서렸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얀 수증기와 벌건 쇳덩어리가 뿜어내는 열기만큼이나 활기가 넘쳤다. 불과 몇달 전 바닥엔 흙탕물이, 설비 사이사이엔 진흙이 남아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2열연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500만톤에 이르는 포항제철소의 핵심공장이다. 포항제철소 슬래브의 약 33%를 받아 처리하고 있고 그 중 74%를 후공정에 공급한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그 어떤 공장보다 2열연공장 복구에 매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열연공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재가동됐다. 침수 100일 만으로 6개월 걸릴 것이라던 기존의 전망을 보기좋게 깼다.

마지막 일정은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발 밑창으로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고로(용광로)는 제철소의 심장이다. 높이가 높아 '높을 고'자를 쓴다. 여기서 만들어진 쇳물은 기차 형태의 운반차에 실려 제강공장으로 옮겨진다. 고로가 심장인 이유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고로가 멈추면 모든 제품의 생산은 중단된다.

복구가 이뤄지고 몇 달이 훌쩍 지났지만 침수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2열연공장 이현철 파트장은 "복구가 완료된 뒤 첫 제품이 나온 뒤 만세를 부르고 다시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 제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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