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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美칩스법, SK하이닉스 "보조금 고민, 투자 예정대로" 상무부에 생산수율과 판가 등 경영 기밀 제출해야, 中 장비 수출 규제는 1년 뒤 추가 신청

이천(경기)=이민우 기자공개 2023-03-30 12:53:37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하 칩스법)을 두고 국내 반도체 업계 내부의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상무부에서 공개한 보조금 수령을 위한 세부 요건이 생산수율 및 판매가격 변화 등 무리한 정보 요구를 담은 탓이다.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영 및 생산 기밀이 미국 정부와 기업에 유출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횡포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발표된 칩스법 세부 요건과 관련해 보조금 신청은 고민하되, 미국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체 공정이 아닌 패키징 공정 투자만 진행하는데다, 고대역 메모리(HBM) 등 첨단 패키징이 필요한 분야에서 미국 시장의 니즈가 높아 투자에 적격이라는 것이다.

◇도넘은 미국 칩스법, 국내 반도체 업계 "경영기밀 볼모 우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미국의 칩스법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7일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수령을 위한 세부 요건을 공개했다. 보조금 신청 반도체 기업은 상무부에서 준비한 엑셀 파일에 수익성 지표를 검증할 수 있는 다수 중요 정보를 헌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해당 파일은 생산시설의 웨이퍼별 생산능력부터 △가동률 △예상수율 △판매가 변화 등 사항까지 기재하도록 강요한다. 연구개발(R&D)이나 인력 고용 관련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과 계획도 제출 내용에 포함됐다.


보조금 지원 및 심사를 이유로 영업 비밀을 모두 넘겨야 하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는 칩스법이 선을 넘었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칩스법 앞에서 보조금과 기밀 정보를 두고 복잡한 저울질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칩스법은 사실상 미국 정부와 기업에게 국내 반도체 산업의 노하우와 현재 및 미래 전략을 볼모로 잡히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보조금을 받아 미국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생산 등과 관련된 기밀이 유출되면 보조금을 뛰어넘는 유무형상의 손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美는 사업 적격지 투자 예정대로, 中 장비수출 규제 또 신청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투자와 관련해 미국 주별 리뷰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공정이 아닌 패키징만 미국에 지어지는 만큼 규모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징 투자 외 R&D 센터 등은 다른 시설은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했다. SK하이닉스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HBM 등의 요구가 많은 미국은 투자에 적합한 지역"이라면서도 "패키징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전체 공정에 대한 수율 등이 나오진 않으나, 보조금 신청은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10월 종료되는 대중 첨단반도체 장비수출 유예기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더불어 칩스법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증설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까지 포함시켜 대중 견제를 강화 중이다.

박 부회장은 "정부 간 노력과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할 것고, 종료 시점 뒤에도 추가로 유예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길 때까지 나름대로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미중 관계를 주시하며 경영계획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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