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SK그룹, 100조 넘은 차입금...반도체·배터리 '반전'이 관건연 20조 넘는 CAPEX 여파...장동현·이성형, 재무안정 약속
정명섭 기자공개 2023-04-03 07:36:5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6: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대규모 투자로 인해 총차입금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매년 20조원이 넘는 투자가 집행된 영향이다.계열사 기업공개(IPO)와 지분·자산 매각 등을 추진해 안정적인 재무비율을 유지했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배터리 부문 실적 반등 여부가 향후 그룹 신용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주사인 SK㈜ 경영진들은 올해 재무구조 안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연 20조 넘는 CAPEX에 총차입금 첫 100조원 돌파
SK그룹의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104조7700조원이다.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되는 SK하이닉스의 총차입금까지 합산한 금액이다. 총차입금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에 61조1300억원이었으나, 2020년 67조8230억원, 2021년 82조31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연간 20조원이 넘는 자본적지출(CAPEX)이 지속된 영향이다. SK그룹의 합산 CAPEX는 2019년 22조7400억원, 2020년 20조1500억원, 2021년 22조4010억원이었고 지난해엔 32조648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서만 약 19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CAPEX가 영업활동 현금흐름 규모를 넘어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은 10조1890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총차입금을 사업부문별로 보면 반도체가 24%로 단일 사업 부문 중에서 비중이 가장 컸다. 정유·화학·배터리 부문은 26%, 통신과 지주 부문의 차입금 비중은 각각 13%, 11%였다. 그룹 차입금의 절반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발생한 셈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2019년 44조8310억원에서 2020년 47조7920억원, 2021년 54조8420억원, 지난해 73조원으로 매년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9.7%에서 134.7%까지 올랐고, 순차입금의존도는 24%에서 25.7%로 상승했다.
대규모 투자를 감당한 것에 비해 안정적인 재무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분 매각과 계열사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산을 불린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 제조 계열사인 SK온에 투자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의 지분 1조1000억원어치를 매각했고, 비상장 계열사였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IPO를 통해 현금 2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SK온이 한국투자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 장기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총 1조3000억원(2022년 기준 8243억원 투자) 규모의 투자를 받고, SK에너지가 직영주유소를 판매 후 리스 방식으로 정리해 약 8000억원을 확보한 것도 재무부담을 완화하는데 일조했다.
◇재무부담 완화, 반도체·배터리 실적 반등에 달려
SK그룹은 정유와 에너지, 통신 분야에서 연간 최소 15조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고, 추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연내 계획된 CAPEX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 탈피, 배터리 사업의 안정화는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6조809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만 보면 영업손실 1조9000억원으로 실적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부진해진 탓이다. 업황 부진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회사는 올해 CAPEX를 전년 대비 50%나 줄이기로 했다.
SK온도 당초 계획대로 올해 EBITDA 흑자, 2024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등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끌어올려야 그룹의 재무부담을 덜 수 있다. 올해부터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로부터 합작법인 자본 출자가 진행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호재다.
SK그룹은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경영진들이 직접 재무구조 안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변화와 위기 속에서 발생할 기회를 적시에 선점할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투자집행 속도도 조절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유 중인 매각 기능 자산 중 일부를 적기 매각해 수익성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주총 이후 이례적으로 주주·투자자 대상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재무안정성을 위해 △순차입금 의존도 축소 △디인베스트먼트(자산·사업부문 매각) 실행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투자와 관련해선 투하자본이익률(ROIC)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고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달비용과 시장 요구 수익률, 투자기회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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