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 리포트]SK온의 생존법, 지분율 내주고 '실리' 취한다⑧중국 업체에 밀린 합작사 지분, 사업 확장기 캐파 및 수요 통해 흑자 목표
이호준 기자공개 2023-04-10 07:26:42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만남 소식도, 이별 소식도 부쩍 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면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끝이 정해져있다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잡고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만남과 이별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분명 둘이 손을 잡고 회사를 차린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합작사라고 부르기 애매한 상태들이 있다. 예를 들면 합작사의 지분 구조가 어느 한 쪽에만 너무 치우쳐 사실상 그 회사의 종속기업처럼 운영되는 경우들이다.SK온은 이 같은 합작사의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기업이다. 아쉽게도 주로 '을'의 위치에 서 있다. 그 자체가 합작사 운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의사결정 구조 또는 기여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해 보인다.
◇양극재 합작사의 지분은 25%에 불과
SK온을 단기간에 성장시킨 건 과감한 합작사 설립이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의 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서만 총 3곳의 합작사를 세웠다. 이곳들의 생산능력은 연산 44.5GWh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말 기준 SK온 배터리 생산능력(88GWh)의 절반을 차지한다.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추격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SK온은 현재 중국 외에도 미국에서 포드와 블루오벌SK(129GWh)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회사는 물론 국경을 가리지 않고 합작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관심을 모으는 건 합작사 지분구조다. 합작사 지분구조는 지분율에 따라 합작사의 성격과 의사결정 구조, 기여도가 결정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분율을 살펴보면 SK온은 중국 배터리 회사 'EVE에너지'와의 합작사에서 지분구조 49 대 51를 선택했다.
중국의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함께 세운 합작사에서도 49 대 51를 택했다. 이밖에 중국 EVE에너지, BTR과 함께 세운 양극재 합작사는 25대 75로 지분을 나눠 갖기로 했다. 모두 절반보다 적게 참가해 SK온의 영향력은 일부만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시장에서 갈 길이 멀었던 만큼 최대한 빨리 갈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합작사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주도권은 내주더라도 사업 확장기에 의사 결정이 지체되거나 교착되는 걸 막기 위해 지분구조엔 큰 신경을 덜 쓴 모습이다.
◇빠른 성장 위해 주도권 내준다
물론 '중국'이라는 특수성도 기저에 깔려 있다. 국내 배터리 회사가 중국 배터리 회사와 손잡고 현지 합작사를 설립한 건 SK온이 처음이었다. 그간 다른 회사들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우려해 현지 기업과 손잡는 것을 꺼려 왔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은 채 자국 배터리 회사들을 키워왔다. SK온으로선 합작사에 대한 유의미한 영향력을 고수하기보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배터리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 경우 단점도 명확하다. 배터리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지만 실적과 투자금을 두고 기싸움이라도 할 경우 결별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스텔란티스나 지프(Jeep) 등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합작사의 문을 닫은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경우 지분율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현지 및 합작사 리스크를 덜고 있다. 예컨대 삼성SDI는 중국 시안 배터리 공장(8GWh) 지분율을 65%로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사를 설립할 때 아예 지분율 '50%' 이상을 갖고 간다.
그래도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SK온으로서는 여전히 빠른 합작사 설립이 더 중요한 듯하다. 지난해 말 SK온이 에코프로비엠, 포드와 공동 설립하기로 한 캐나다 양극재 공장 지분구조에서도 지분구조의 무게추가 에코프로비엠에 크게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 전구체 기업 GEM(거린메이)와 짓기로 한 전구체 합작사(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도 마찬가지다. GEM이 지분 49%를 갖기로 한 가운데, 합작사 주도권은 SK온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더 있다는 전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합작사의 경우 양사가 조달하는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며 "다만 SK온은 2024년 흑자 전환이라는 단기 목표가 분명한 만큼 합작사 지분율에 신경을 쓸 여력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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