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삼성전기 50년]48년만의 순현금 시대, 재무기조 어떻게 달라졌나⑤2018년 기점으로 순차입금 줄고 잉여현금흐름 개선
김혜란 기자공개 2023-04-26 13:48:45
[편집자주]
삼성전기가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일본 산요전기와의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3사 중 하나이자 글로벌 전자부품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폰·TV·PC·자동차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진화의 역사가 있었다. 삼성전기가 지나온 50년의 변화상을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11: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0년간 삼성전기의 재무 데이터를 펼치면 2018년을 기점으로 달라진 기조가 눈에 들어온다. 2018년부터 순차입금 규모가 줄기 시작해 2021년 처음으로 순현금 시대를 열었고 2019년을 제외하곤 잉여현금흐름(FCF)도 순유입을 유지했다.조 단위 순차입금을 보유했던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재무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데다 삼성전기가 전략적으로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 집행 시기를 조절하며 현금흐름을 관리했음을 데이터에서 읽을 수 있다.
◇1조원대 순차입금에서 순현금으로…어떻게 가능했나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기준 2108억원 순현금 상태다.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으로 처음 전환한 시점은 2021년이다. 2000년만 해도 삼성전기는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이 1조4243억원에 달했으나 2021년 1416억원 순현금으로 바뀌었다. 순차입 규모는 2018년부터 꾸준히 줄기 시작했다. 2018년 1조2092억원에서 2019년 1조1686억원, 2020년 3879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5년 이후 몇 년간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이와 함께 시장 상황에 맞춰 캐펙스 집행 시기를 조정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재무전략의 방점이 순차입금을 축소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찍혔음을 알 수 있다. 투자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고 영업으로 번 돈을 차입금 갚는 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2018년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 이병준 부사장이 삼성전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첫해다. 이후 삼성전자 출신 강봉용 부사장에 이어 지난해 선임된 김성진 부사장까지 CFO가 바뀌었으나 타이트한 재무관리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가 이같이 재무건전성 강화에 고삐를 죌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업황에 따라 부침은 있으나 2018년(1조181억원), 2019년(7340억원), 2020년(8291억원), 2021년(1조4869억원), 지난해(1조1828억원)으로 이익이 평균 2588억원이었던 2000년~2017년 시기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고사양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역시 2018년을 기점으로 확 늘었다. 2017년 현금보유액은 567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8년 1조2449억원으로 뛰었고 이후로도 2019년(8428억원)을 제외하곤 2020년(1조5188억원), 2021년(1조2242억원), 지난해(1조7161억원)으로 넉넉하게 곳간을 채워두고 있다.
◇영업현금흐름과 캐펙스 비교해보니
삼성전기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캐펙스 추이를 비교해 보는 것은 영업해서 번 돈으로 투자 활동 커버가 가능했는지, 부족했는지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버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나중에 재무건전성 악화로 돌아온다.
이 역시 2018년 전후로 기류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이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줄곧 순유입 상태로 관리됐다. 또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무형자산과 유형자산 투자 집행액을 포함한 캐펙스를 빼면 2019년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다. 번 돈으로 투자하고도 돈이 남았다는 의미다.
2019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1조213억원이 유입됐으나 캐펙스로 1조5740억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각각 1조5881억원, 1조7312억원 순유입됐고 캐펙스는 이보다 적게 집행됐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캐펙스를 빼고 배당금 지급액까지 제하면 잉여현금흐름(FCF)이 되는데, 2019년만 빼고 2018년 이후론 FCF가 순유입됐다.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래프를 그려보면 2018년 이후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2018년 이후로는 5년 연속 영업현금흐름이 연간 1조원대를 훨씬 웃돌았으나 2000년에는 3851억원, 2001년 5772억원, 2002년 5479억원으로 규모 차이가 크다. 1조원에 육박했던 2010년 (9651억원), 2012년(1조1194억원), 2013년(9045억원)을 제외하고는 2017년까지 순유입된 영업현금흐름은 매년 1조원 미만이었다.
2000년~2017년 사이에는 2001년과 2002년 2003년, 2005년, 2008년, 2012년을 제외하곤 영업현금흐름 순유입 규모에 비해 투자집행액이 더 많았다. 쉽게 말해 번 돈보다 지출이 더 많았단 얘기다. 2018년을 기점으로 재무기조가 확 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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