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드밴스드, 적자 전환에 '잇달아' 사모채 발행 올해만 4번째 조달…지난해 공모채 '미매각' 후 사모시장 선회
이정완 기자공개 2023-04-19 07:52:27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08: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어드밴스드가 사모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사모 시장을 찾아 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잇단 사모채 발행은 지난해 적자로 인한 현금 창출력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 당시 미매각을 경험한 탓에 사모 시장을 주요 자금 조달처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월 빼고 매달 사모채 찍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어드밴스드는 최근 10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 3년으로 조달 금리는 5.9%다. 발행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SK어드밴스드는 올해 들어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 시장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1월 초 50억원을 1년 만기로 발행해 수요를 확인했고 지난달 초에는 추가로 300억원의 사모채를 찍었다. 지난달 27일에는 100억원을 다시 조달했다. 올해만 550억원을 사모채로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9월에만 200억원의 사모채를 찍었었다.
지난달 말 발행한 사모채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을 택해 조달 과정에서 안정성을 높이기도 했다. P-CBO는 통상 BB+급 이하 기업이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의 보증을 제공 받아 발행하는 일종의 증권이다. SK어드밴스드에게 익숙한 수단은 아니었지만 신용 보강을 받는 만큼 무사히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조달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나이스피앤아이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SK어드밴스드의 3년물 민평 금리는 5.153%를 나타냈다. 발행 금리가 민평 금리보다 70bp 가량 높다.
SK어드밴스드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발행했다"며 "현재까지 추가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상업가동 후 첫 적자…현금 확보 기조
회사 측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모채 발행은 지난해 기록한 적자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매출액 7267억원, 영업손실 12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2015년 이후 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SK어드밴스드는 2014년 SK가스에서 분할·신설된 기업이다. 2016년 울산 PDH 공장에서 프로필렌 생산을 시작했다. 모회사인 SK가스로부터 원재료인 프로판가스를 공급받아 공동투자기업인 울산PP(폴리프로필렌)에 프로필렌을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난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지속으로 동아시아 전반에서 프로필렌 수요가 침체되자 판매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수익성이 저하되자 현금 창출력이 급감했다. SK어드밴스드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52억원 순유출을 나타냈다.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재무활동을 통해 1173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긴 했으나 투자활동에서 254억원이 유출돼 전체 현금성 자산이 줄었다.
지난해 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도 690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말 991억원 대비 30% 감소한 금액이다.
SK어드밴스드는 현금흐름 경색을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확보가 힘든 상황을 감안해 적극적인 재무 활동에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 보니 공모채 발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2월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경험했다. 2년물 500억원과 3년물 1000억원으로 나눠 수요를 확인했는데 2년물 수요가 350억원에 그쳤다. 3년물에는 1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SK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매각은 이례적이었다.
최근 시장 분위기도 공모채 발행을 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A등급 회사채 시장은 올해 초 AA급 우량채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뒤 훈풍 기조가 퍼지는 모습을 보였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공모채 발행 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0,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았다.
다만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사태가 불거지자 다시 옥석 가리기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라 할지라도 금리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심지어는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모채 발행 환경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SK어드밴스드가 적자 실적을 들고 회사채 시장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빠른 시일 내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성 개선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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