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신사업 점검]제주맥주, 적자 늪 탈출 묘수 '곰표 상표권''수익원 확보·생산효율' 개선 기대, 자체 브랜드 강화 발판 마련
서지민 기자공개 2023-04-24 07:12:07
[편집자주]
변화하는 음주 문화로 회식 등이 사라지며 주류 출고량이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정체된 제로섬 시장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과 사업으로 활로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동력 확보에 나선 국내 주류업계의 사업 전략과 재무 현황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제주맥주가 콜라보 맥주의 대명사인 '곰표' 상표권 확보를 통해 실적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향후 2~3년을 조정기로 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곰표밀맥주' 새로운 제조사 선정, 고객 잡을 레시피 개발 관건
'제주맥주표' 곰표밀맥주가 곧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대한제분은 올 3월 세븐브로이와의 곰표 상표 사용 계약이 종료되면서 경쟁 입찰을 진행했고 제주맥주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양사는 협업 방법, 수익 배분, 기술 이전 등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가 만드는 곰표밀맥주는 기존 제품과 이름과 캐릭터가 같을 수 있으나 내용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표권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져올 뿐 레시피에 대한 권리는 이를 개발한 세븐브로이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곰표밀맥주 레시피를 이어가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제주맥주는 곰표 브랜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기존의 맛과 경쟁해야 한다.
곰표와의 협업이 제주맥주 실적 개선 묘수가 될 지가 관전 포인트다. 곰표밀맥주는 2020년 5월 출시 당시 초도 물량 10만개가 3일만에 완판되며 콜라보 수제맥주의 흥행을 이끌었다. 3년 간 누적판매량이 약 5800만 캔이다. 세븐브로이는 이에 힘입어 흑자전환을 달성한 바 있다.
곰표밀맥주가 쌓아온 충성 고객층을 큰 이탈 없이 유지시킬 수 있다면 제주맥주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곰표밀맥주 생산으로 수제맥주 시장 침체로 급감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수익성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실제 제주맥주의 생산 실적을 살펴보면 총 생산량이 2021년 1만736 KL(킬로리터)에서 2022년 5998 KL로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제주 양조장의 가동률은 46.2%로 전년보다 37.5%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지난해 제주맥주는 제주 양조장의 시설장치 등을 두고 12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생산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등 유·무형자산의 현금창출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은 자산이 손상됐다고 보고 이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다.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손상차손 등 기타 비용이 반영된 결과 순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2년 당기순손실은 248억원으로 2021년 당기순손실(86억원)보다 3배 이상 커졌다. 4년 연속 이어진 영업손실로 2022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742억원에 달한다.
◇주력제품 '위트에일' 선택과 집중, 영업 강화·인지도 제고 '박차'
제주맥주는 단기적 수익성 개선보다는 기업 경쟁력 제고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 심화와 맥주 트렌드 변화로 2년~3년의 시장 조정기를 맞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체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선제적 손상차손 반영도 이러한 기조 아래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타사와 협업은 최소화하고 자사 브랜드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제주맥주는 지속적인 콜라보 맥주 및 신제품 출시로 수제맥주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으나 업계 전반에서 인지도를 쌓고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위해 경영진 역할 변동도 이뤄졌다. 올해 초 권진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게 브랜드사업 전략 총괄을 겸임하게 하고 판매 채널, 영업 등 사업 전반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겼다.
이는 특히 영업 부문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담당 임원이 따로 없던 영업실과 권 이사가 이끄는 마케팅실이 협업해 합동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기성 주류업체의 영업 인프라에 대항해 영업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곰표밀맥주 상표권 계약은 아직 협상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정하고 있다"며 "올해는 무엇보다 자사 브랜드 강화가 최우선 목적으로 제주 위트 에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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