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 농협은행 주시…리브엠보다 파급 클듯 지방고령층 타깃, 전국구 최다 오프라인 점포 활용…중소사업자, 가격경쟁력 열위
이장준 기자공개 2023-04-24 14:39:49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이 알뜰폰(MVNO) 시장 진출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최근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리브엠)'을 정식 승인한 데 이어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특히 농협은행은 지방을 중심으로 고령의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실제 진출 시 파급력이 리브엠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국구 오프라인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사업자보다 우위에 있다.
금융권에서는 알뜰폰이 메인사업이 아니라 수익성보다 고객 락인(Lock-in)효과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로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군 겹치고 접점 많은 농협은행, 알뜰폰 시장 노크하나
21일 금융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12일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함에 따라 금융권의 통신시장 진출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다.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권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았다. 규제 특례를 받아 지난 4년(2+2년)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해 왔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추후 별도 연장 심사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농협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협은행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KB 리브엠처럼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려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시중은행 대비 고령층에서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고 지방에서 강한 이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농협은행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여타 은행과 비교해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할 기반을 갖춰 메리트가 크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농어촌 지역 고객들은 데이터를 많이 쓰지도 않고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 알뜰폰 시장과 고객층이 겹친다"며 "우체국 다음으로 오프라인 창구도 많아 기존 알뜰폰 사업자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은행은 작년 말 기준 5대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중에서 가장 많은 1106개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국민은행은 857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알뜰폰은 별도 유통망을 두지 않아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고객과 접점이 부족해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나마 이동통신 계열사는 브랜드 파워가 있고 홈페이지도 잘 만들었으나 중소 사업자는 그렇지 못해 농협은행이 사업을 시작하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처럼 알뜰폰 제휴 쪽으로 검토를 해왔다"며 직접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뛰어드는 금융권…중소사업자 입지 더 좁아져
은행권 알뜰폰 1호 사업자 국민은행은 최근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전용 'KB리브모바일 앱'도 출시했다. KB국민인증서 같은 금융인증서는 물론 자동·생체·간편로그인 등 다양한 인증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작년 10월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머천드코리아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고객 10만명을 흡수하고 초기 세팅 작업을 생략할 수 있었다.
아울러 M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슈퍼 앱' 토스에 데이터 사용량이나 요금제 변경 등 기능을 탑재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가입자 사전 신청을 받았는데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나흘 만에 17만명 이상이 신청했다. 연내 전국 단위로 토스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할 방침이다.
캐시백 제도도 도입했다. 상위 2개 요금제의 경우 미처 쓰지 못한 잔여 데이터에 따라 일부 캐시백을 해준다. 토스페이를 통해 결제할 때 토스포인트로 최대 5000원을 돌려주기도 한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잇따른 금융권 진출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금융위의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승인을 놓고 "KB 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으로 판매해 단기간에 42만 가입자를 확보했고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이동통신 유통시장을 유린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실제 작년 10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은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300억원대에 이르지만 영업적자 폭은 더 커졌다.
물론 국민은행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통신 요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중소 사업자들은 금융권이 알뜰폰 사업의 자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휴 카드 사용 등 고객 락인 효과에 집중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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