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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의 귀환...증권사 신용융자 재원 '줄줄이' 소진 신용융자 잔고 20조 돌파...신규 거래중단·조달방식 변경으로 자금 확보 나서

안준호 기자공개 2023-04-28 07:16:26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거래를 이용한 '빚투'가 급증하며 증권사들이 재원 확보에 나섰다. 자기자본을 이용하던 곳은 한국증권금융의 유통융자로 시선을 돌렸다.

유통융자 한도가 소진되어 자기자본을 이용하기 시작한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 일부 하우스는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연초 이후 신용거래가 급증하자 여력이 소진된 증권사들이 추가 자금 조달과 선제적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증시는 2차전지 중심으로 장기간 강세장을 이어왔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신용거래 이자율도 인하됐다.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개월 만에 2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하나·NH·IBK, 연이어 신용거래융자 방식 변경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오는 28일부터 신용거래융자 방식을 자기융자에서 유통융자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용융자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할 때 일부는 본인 자금으로,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거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유통융자와 자기융자를 통해 신용융자 재원을 조달한다. 유통융자의 경우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고객에게 대여해 준다. 사실상 자금을 중개해 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증권사가 자기 자본으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자기융자다. 유통융자의 경우 위험부담은 적지만 증권금융에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자기융자는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방식은 성격은 다르지만 신용융자를 위한 재원 조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때문에 증권사들도 각 사별 상황에 맞춰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먼저 사용하는 편이다. 자기융자 한도가 다 찰 경우 유통융자로 변경하거나, 반대로 대출로 확보한 금액을 사용한 뒤엔 자기자본을 이용하는 식이다.

유통융자 한도는 각 증권사마다 다르다. 한국증권금융에서 예치실적과 위탁매매 규모, 거래실적, 자기자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일정 주기마다 책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융자 규모는 편차가 큰 편이다. 한도 결정 과정에서 자기자본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덩치'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까지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 이외에도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재원 조달 경로를 바꿨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신용거래융자의 매수 재원을 유통융자에서 자기융자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21일부터는 신규 신용주문을 자기융자로 집행 중이다. IBK투자증권 역시 최근 고객들에게 신용융자 재원을 자기융자 방식으로 바꿨다.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한 증권사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거래 매수를 중단했다. 미리 설정한 개인 고객 대상 신용 융자 한도가 소진되며 당분간 신용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 역시 이날부터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신용융자 매매한도를 5억원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신용거래 급증에 재원 확보 나서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100%(기업금융 및 중소기업 대상 공여 포함시 200%)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때문에 초대형IB에 속하는 증권사의 경우 신용거래융자의 규모가 조단위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미래에셋증권(3조7624억원), 삼성증권(3조1782억원), NH투자증권(2조6102억원), 키움증권(2조5344억원), KB증권(2조168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강세장이 펼쳐진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신용거래가 급증하며 증권사들이 재원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0일 기준 20조2863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22.7%(3조7552억원) 가량 증가했다. 2022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금융과 일정 규모의 대출 계약을 맺고 신용융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한도가 다 찰 경우 자기융자로 변경해왔다"며 "올해 3월부터 개인 고객들의 신용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빨리 재원이 소모되어 조달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신용거래가 줄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역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차전지 테마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돌아가며 급등세를 기록하다보니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개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2차전지 테마가 약세로 돌아섰다면 신용거래도 줄었겠지만 몇개월 간 상승세가 이어지며 지난 2021년 수준까지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연달아 인하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일 증권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와 이자율 산정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런 흐름에 동참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이미 인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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