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함영주의 재림 '영업의 신'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상고 졸업 CEO '고졸 신화' 재현, 전국 영업그룹 판도 바꾼 '거물' 공통점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10 07:38:38
[편집자주]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전혀 다른 회사가 된다. CEO를 보좌해 그룹을 움직이는 '키맨' 진용이 대부분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취임 후 1년이 다 돼서야 CEO색깔의 첫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인사들의 이력과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보면 하나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더벨은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3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성이가 안된다면 안되는 거지."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은행 그룹장 시절 중요 영업 건 무산을 보고하자 행장이던 함영주 회장이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함 회장은 뛰어난 영업력을 바탕으로 행장을 거쳐 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영업 공과를 평가하는 잣대도 그만큼 엄격하다. 그런 함 회장도 이 대표의 영업 실패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이 대표는 '함영주 주니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경력을 쌓았다. 상고를 졸업하고 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영업력 하나로 CEO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 회장이 그랬듯 그룹장 개인의 역량으로 담당 영업그룹을 전국 최고로 이끌었다. 그룹 내부에서 이 대표를 '영업의 신'이라 치켜세우는 배경이다.
◇'상고·타행' 출신 영업맨, 함영주 회장 '판박이'
이 대표는 1964년 대구 출생으로 대구중앙상고를 졸업했다. 신문 배달을 해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 탓에 상고 진학을 택했다. 빠른 취업으로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지역만 다를 뿐 충남 논산의 강경상고를 나온 함 회장과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첫 직장이 하나은행이 아니었던 것도 함 회장과 같다. 이 대표는 대구중앙상고 졸업 직전인 1981년 12월 옛 한일은행에 들어갔고 약 10년 뒤인 1992년 5월이 돼서야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함 회장은 옛 서울은행에 입행해 합병을 통해 하나은행 행원이 됐다. 함 회장과 이 대표 모두 공채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CEO 자리에 올랐다.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 조직에서 비공채 출신이 불세출의 행원으로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탁월한 영업력이다. CEO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줄곧 영업 현장에서 일했다. 함 회장는 이 대표와 같은 영업 조직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행장이 된 후 행내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를 중용했다.
이 대표는 하나은행 입행후 터를 잡은 강남권 영업을 꽉 쥐고 있었다. 관리자로 중앙기업금융본부, 본부장으로 대기업영업2본부를 거친 그는 2016년 함영주 행장 체제에서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전무로 승진했다. 2018년에는 중앙영업그룹장을 맡았고 2019년에는 영남영업그룹장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영남영업그룹장으로 이동하는 인사가 났을 때는 행내가 술렁였다. CEO가 된 함 회장의 뒤를 이어 영업 최고봉인 이 대표가 충청영업그룹이 아닌 영남영업그룹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통합 하나은행 초대 행장인 함 회장을 배출한 이후 충청영업그룹이 지방 영업그룹 중 최고로 꼽혔기 때문이다.
함 회장에 버금가는 영업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거물급 임원의 부임은 지방 영업그룹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 대표는 영남영업그룹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며 좌천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켰다. 2020년 상반기 보수 총액 5억8300만원으로 지방 영업그룹장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5억7100만원으로 행내 최고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호성 대표는 리테일이든 기관이든 고객 마음을 사로잡고 신뢰 관계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는 인물"이라며 "함영주 회장이 잘하는 걸 더 잘해야 한다며 강조하고 있는 고객 관리를 그룹 내에서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나카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체질 개선' 과제
이 대표는 영남영업그룹에서 2년 간 본인의 진가를 보여준 뒤 2021년 중앙영업그룹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듬해에는 전국 영업 조직을 한 데 모은 영업그룹 수장에 등극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영업 성과를 낸 이 대표가 있어 가능했던 조직 개편이다. 그는 지난해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1위 순이익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함 회장은 이 대표의 영업력을 카드업계 수익성 꼴찌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하나카드에 쓰기로 했다. 은행에서 쌓은 이 대표의 영업 네트워크를 하나카드 실적을 올리는 데 활용하는 전략이다. 직전까지 영업그룹장이었던 이 대표가 은행 영업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시너지 극대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하나카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영업력 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나카드는 카드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익원이 다변화 돼 있지 않아 사업 포트폴리오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카드는 M&A 같은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라며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공격적 영업에 나설 준비를 해달라는 게 함영주 회장의 요구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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