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수합병은 그룹의 몸집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지만 자금출처에 따라 지배력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오너 일가이자 그룹의 후계자에게 복잡한 지배구조가 달갑지는 않은 이유다.

한화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별개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런 우려에서는 비켜갈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재창립'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규모 확대에 집중해 왔지만 이후 그룹사들의 교통정리로 황태자 대관식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부회장의 영역인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울타리 안에 집결해 있다. 2018년 출범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년간 차근히 김 부회장의 영토를 마련했다. 김 부회장의 주무대인 '한국판 록히드마틴'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공정위가 쏜 공, 방산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한화그룹의 방위산업은 그중에서도 M&A로 규모가 급격히 자라온 부문이다.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아래 방산 부문을 흡수하며 업계 1위가 됐다. 다른 기업 산하에 있던 곳을 삼켜온 만큼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필연적이었다. 여기에 3형제가 각각 후계 영토를 구축하고 있어 명확한 영역 나누기도 필요했다.

한화그룹은 우선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성벽부터 건축했다. 개편의 고삐를 본격적으로 죈 시기는 2017년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준비해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속도를 재촉했다.

공정위는 2015년 한화S&C 등에 관한 일감몰아주기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고 조사는 5년 이상 이어졌다. 한화S&C는 오너가 3세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었다. 총수 자녀의 개인 회사에 한화그룹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조사의 이유였다.

한화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비켜가는 한편 숙원사업이었던 그룹 정리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걸림돌 대신 기회로 삼은 셈이다. 이때 시동을 건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금과 같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 방산 체제의 틀이 잡힌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주 사업군이었던 만큼 한화그룹의 여러 주력 사업군과 협업했다.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였다.


◇'김동관 영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집결

첫 발은 한화S&C의 물적분할이었다. SI사업을 분리하고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이 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우회로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지적을 받자 한화그룹은 재차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독립한 SI사업부(사업부문 한화S&C)는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에 합병됐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은 단계적으로 매각해 영향력을 낮춘다는 계산이었다. 한화시스템은 방산 부문 중에서도 레이더와 전자설비 등 첨단설비에 비중을 뒀던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과 SI사업부의 합병으로 첨단 방산과 ICT 부문을 합해 운영하게 됐다.

한화S&C를 산하에 두게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테크윈에서 출발했다.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3년간 키워온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을 항공엔진 전문과 영상보안 사업 부문의 두 개 회사로 분할했다. 존속법인으로 남은 한화테크윈이 사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꿨고 분할 신설법인이 한화테크윈의 사명을 이어 받았다.

한화테크윈은 분할 전 한화지상방산,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의 자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한화테크윈을 분할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에 방산부문이 총집합하는 지금의 구도 초안이 완성된다. 한화지상방산과 자회사 한화디펜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시스템, 한화테크원이 자리하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3개사로 분리돼 있던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흡수합병했다. 산하 사업군으로 방산과 디펜스, 항공우주를 거느리고 자회사로는 한화테크윈(100%), 한화시스템(46.75%)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태양광 전문가에서 화학·방산·조선으로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 한화 등 핵심 계열사들의 교통정리를 하는 사이 김 부회장은 '그룹' 후계자로서의 수업을 시작했다. 태양광 밖의 사업에 손을 뻗으면서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 입사했을 때부터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의 1순위 후계자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김 부회장의 영토를 태양광에서 더 확대할 필요성이 컸었다. 한화그룹이 김 부회장에게 '태양광 전도사'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김 부회장의 태양광 집중도가 높았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던 2년여를 제외하면 2020년까지 태양광 부문에 적을 뒀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이 그의 업력이었다.

그는 2020년 1월 한화의 전략부문 부문장이자 한화솔루션의 부사장으로 첫 발을 뗀다. 이전부터 김 회장의 주요 결정마다 핵심적인 전략을 제시했지만 대외적으로는 한화큐셀에 몸담고 있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화케미칼과 합병해 출범한 한화솔루션을 맡으며 소재와 화학으로 폭을 넓히게 됐다.

2022년 부회장의 자리에 오르며 김 부회장의 영토는 당초 목표했던 지점까지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 한화의 전략부문 대표를 겸임하는 그룹의 부회장이다. 5월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마지막 퍼즐로 불렸던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이 출범하며 한화오션의 새 이사진이라는 직책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