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립토윈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에게 유독 더 춥다. 해킹, 파트너사 파산 등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가장 최근에는 중소형 거래소 '지닥' 해킹이 터졌다. 해커는 2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발생한 국내 최대 규모 거래소 해킹이다.
지닥은 수입이 없다. 원화거래 없이 코인간 거래만 지원하고 있어 상당수 고객이 원화거래소로 유출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닥이 보유 중인 현금 자산은 7억5100만원에 불과하다. 200억원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지닥은 해킹된 자산을 전액 보전했다. 이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 공식 입장은 없지만 한승환 지닥 대표의 사재출연이라는 것은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붐이 일기 훨씬 전부터 비트코인 등에 투자해온 자산가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도 자신의 몫을 희생해 책임을 지기로 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상자산 예치이자 서비스인 '고파이'의 원리금을 고객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운용을 담당하던 제네시스 캐피탈이 파산했기 때문이다.
`
약관을 엄밀히 따지면 고팍스가 돌려줘야 할 돈은 아니지만 이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에 자신의 구주를 포함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구주 몫으로 받는 금액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하회한다.
이 대표는 자기 몫을 깎는 대신 회사에 신규 자금을 채워주는 것으로 딜을 했다. 바이낸스는 560억원 상당의 돈을 추가 투입해 고파이 가입자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주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서는 대표들이 수백억원, 많게는 1000억원대 개인 자산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건 제도의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는 자금조달 이슈 발생 시 대표나 최대주주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5년 전부터 가상자산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시켰다. 유흥주점, 도박장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해킹 시 기업과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손해배상책임 보험 상품도 없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 협회를 중심으로 거래소 사업 정당성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예상할 수 없는 우발적 이슈는 어느 산업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회사를 지키려는 대표의 희생은 고무적이나 단 한 번 쓸 수 있는 카드에 불과하다. 거래소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보다 신속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임종룡호 우리금융, '지주-안정·은행-쇄신' 택했다
- [i-point]위지윅스튜디오, 이정재·정우성과 '와이더플래닛' 투자
- DS단석, 이르면 22일 코스피 입성한다
- 유재훈 사장표 '예금보험 3.0', 2년차 맞는다
- '주주환원' 시노펙스, 주식배당 무상증자 결정
- 다이나믹디자인, 글로벌 타이어 피렐리 전략공급사 선정
- [CEO 성과평가]서정학 IBK증권 대표, 취임 첫해 '급한 불은 껐다'
- 더코디, 서울과기대 손잡고 'AI 에듀테크' 시장 진출
- [삼성 AI 로드맵]똑똑한 메모리 등장, 투자 공세 유지
- [AI 의료 기업 리포트]100억 매출 돌파 앞둔 뷰노, 못지킨 약속 달라진 전략
노윤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코인거래소 이종산업 진출기]빗썸, '부동산 컨설팅' 자회사 계속 품고가나
- 블랙록 '비트코인 ETF', 국내 시장 불씨도 살릴 수 있을까
- [게임사 콘솔 도전기]우군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확보한 엔씨소프트 청사진은
- 슈퍼루키와 소녀가장은 '한 끗 차이'
- [코인거래소 이종산업 진출기]두나무, 블리츠웨이 투자로 'NFT IP' 확보
- [코인거래소 이종산업 진출기]두나무, 모빌리티 데이터 주목했지만 투자 '쓴맛'
- [Policy Radar]'불수리 요건' 마련, 높아지는 가상자산사업자 진입장벽
- [코인거래소 이종산업 진출기]'솔드아웃' 2대주주 두나무, 한정판 마켓에 뜨거운 관심
- [코인거래소 이종산업 진출기]마크앤컴퍼니, 두나무 스타트업 사업의 '퍼즐 조각'
- 조진석 KODA 신임대표 "가상자산 제도화, 수탁 필요성 커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