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빚투'…10대 증권사 신용융자 4개월새 2조 증가 지난달 24일 기준 17조3525억원…미래에셋·키움·삼성·NH·한국 순으로 많아
안준호 기자공개 2023-05-15 07:52:13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0대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고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2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기였던 지난 2020년보다 큰 규모다. 코스닥 중심으로 강세장이 이어지며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코스닥 지수는 26% 가량 상승했다.늘어난 신용융자가 증권사 실적에 끼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레버리지 활용 투자가 급증했던 지난 2020~2021년 많게는 수조원 가량의 신용융자 이자 수익을 올렸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1분기 잠정 실적 기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10대 증권사 신용융자 17조3525억…코로나19 강세장 수준 육박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고는 17조3525억원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한국·NH·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키움·대신 등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를 포함한 규모다.
10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는 4개월만에 2조원 이상 증가했다. 2021년 말 19조3427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 15조2255억원까지 줄었으나 지난달 24일에는 17조3525억원으로 나타났다. 규모 순으로 보면 미래에셋(3조4115억원), 키움(3조470억원), 삼성(2조7796억원), NH(2조2881억원), KB(1조8122억원) 순이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고객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신용공여에는 신용융자, 예탁증권담보대출(주식담보대출), 신용거래대주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걸어두고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거래를 의미한다.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 2020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호황기가 장기간 이어지며 레버리지 투자를 위한 신용융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10대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2019년 21조1439억원에서 2020년 28조2587억원, 2021년 32조4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27조5762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였지만 올해 4월 24일 기준으로는 31조8745억원으로 다시 2021년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다. 예탁증권담보대출이나 신용대주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고객 대상 신용융자가 급증하며 전체 신용공여 규모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 1분기 '깜짝 실적' 기여했나…지수 하락 땐 변동성 우려
강세장이 이어졌던 지난 2021년까지 신용공여에 따른 수익은 증권사들의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신용융자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1516억원이던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2021년 273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해 삼성증권(2803억원), NH투자증권(2183억원), 키움증권(2036억원) 역시 2000억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올해 1분기 실적에도 신용융자 관련 이자수익이 끼친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증권사들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잠정 실적 기준으로 대다수 증권사들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상당한 규모로 관측된다.
실제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8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32억원과 비교하면 82% 가량 증가한 수치다. NH투자증권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251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56% 증가했다. KB증권의 영업이익은 2623억원으로 23% 늘었다.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며 금융당국도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현안 점검을 위한 회의를 열고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관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하면 증시 하락과 함께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회의에는 35개 증권사 CEO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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