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배당 규모 줄인 HD현대글로벌서비스[HD현대]③유보 이익 지주사 이관 뒤 IPO 대비
김형락 기자공개 2023-05-23 07:13:42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6: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배당 기조를 바꿨다. 유보 이익을 지주사 HD현대로 이전한 뒤 당기순이익 범위 안에서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HD현대 현금흐름을 일정 부분 책임지면서 기업공개(IPO)에 대비해 기업가치 상승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현대글로벌서비스가 배당 지급액을 줄였다. 지난해 연간 현금 배당금 총액은 800억원으로 전년(1100억원) 대비 3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배당성향은 121%에서 70%로 50%포인트(p) 하락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수익성 개선 성과를 내고도 배당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25억원 증가한 1136억원이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도 153억원 증가한 104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으로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일정 부분 유보 이익을 남겨 시설투자나 해외 거점 확대에 사용하는 자금 운용이다.
HD현대의 자금 운영 전략이 바뀌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배당정책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자회사에서 거두는 단기 배당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이익 유보를 선택했다. HD현대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다.
◇ HD현대, 2021년까지 HD현대글로벌서비스 유보 이익 회수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배당 축소는 HD현대의 현금흐름 감소 요인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HD현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었다.
2020~2021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오일뱅크보다 지주사 배당 기여도가 컸다. 2020년 HD현대가 거둔 배당금 수익(3108억원)은 현대글로벌서비스 1600억원, 현대오일뱅크 1508억원으로 구성됐다. 이듬해 배당금 수익(2453억원)도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들어온 금액이 1748억원으로 현대오일뱅크(705억원)보다 컸다.
배당금 순위는 지난해 역전됐다. 지난해 HD현대가 인식한 자회사 배당금 수익은 각각 현대오일뱅크 2838억원, 현대글로벌서비스 496억원이었다. HD현대가 현대글로벌서비스 일부 지분(38%)을 처분하고,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배당을 축소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HD현대는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배당을 수령하면서 현금 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HD현대는 2017년 지주사로 출범한 뒤 2019년까지 주로 현대오일뱅크 배당에 의존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만들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2019년부터 배당을 개시하면서 2020~2021년 현대오일뱅크 배당 감소분을 보완해줬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배당을 지급한 첫해부터 배당성향이 100%를 초과했다. 연간 당기순이익 이상으로 배당을 지급해 유보해 둔 현금을 HD현대로 올려줬다. 2019년 결산배당 900억원(별도 기준 배당성향 103%)을 시작으로 2020년 연간 배당금 총액은 2200억원(배당성향 192%), 2021년 연간 배당금 총액은 1100억원(배당성향 121%)이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주사로 배당을 지급하기 전까지 유보 이익을 쌓아뒀다. 2016년 설립 당시 577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2019년 말 2840억원(단기금융자산 포함)까지 증가했다. 2019년부터 배당을 지급하면서 2021년 말 유동성은 794억원으로 감소했다.
HD현대는 유보 이익 회수가 끝나갈 시점에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2021년 6월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미국 사모펀드인 KKR이 설립한 '글로벌 베셀 솔루션(Global Vessel Solutions, L.P.)'에 매각해 현금 6534억원을 쥐었다. HD현대가 보유한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이 100%에서 62%로 줄었지만, 사업 재편 중인 자회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출자할 실탄을 손에 넣었다.
◇ KKR 펀드 HD현대글로벌서비스 2대주주로 유치, 2027년까지 IPO 성사해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주 구성이 바뀌면서 IPO라는 새로운 재무 과제가 주어졌다. HD현대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을 넘기면서 글로벌 베셀 솔루션과 차액보상 약정을 맺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IPO 공모가가 글로벌 베셀 솔루션의 투자금을 밑돌면, HD현대가 공모가와 투자금 차액을 보상해줘야 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IPO에 실패해도 HD현대가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상환해줘야 한다. 풋옵션 만기는 2026년 6월이다. 추가로 만기를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2027년까지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HD현대에서 상환대금(약 6600억원)이 빠져나가게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HD현대그룹에서 수익성이 탄탄한 알짜 계열사다. 2017년 HD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하는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탄생했다. 분할 전인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의 AS사업을 현물출자해 법인으로 독립했다.
현대중공업 자회사였던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인적분할 과정에서 HD현대 100% 자회사로 이동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설립 첫해 별도 기준 자산총계(1448억원) 중 49%(716억원)는 재고자산, 40%(577억원)는 현금성 자산이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설립 첫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외형성장에 비례해 영업이익 규모도 커졌다. 2017년 2403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조3338억원으로 4배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4억원에서 1420억원으로 2배가량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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