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업황이 침체되면 각종 악재가 발생한다더니 요즘이 딱 그렇다. 특히 개발분야는 이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불복' 시장이 되었다.디벨로퍼 입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는 개발 인허가 지연이다. 금융비용이 높아진 시국에 인허가 지연은 다른 때보다 더 치명적이다.
시장이 어려우면 인허가라도 잘 풀려야 하는데 최근에는 반대로 가고 있다. 수년만에 서울 진출을 꿈꾸던 한 디벨로퍼는 여의도 주유소 부지를 샀다가 재매각했다. 인접한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의 전략적인 민원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주무관청이 당사자간 합의를 우선순위로 둔 탓에 인허가를 더 진행하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민원보다 더 힘든 것은 주무관청에서 제동을 건 경우다.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은 해를 넘긴지 오래다. 블루코어컨소시엄이 과거 취소된 우선협상자 지위를 소송을 통해 되찾았지만 이후에도 인허가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사이 공사비는 크게 늘었고 사업성은 더 떨어졌다.
요즘 회자되는 강서 CJ 공장부지 사업도 지자체에 발목이 잡혔다. 이전까지 수차례 건축심의를 거쳤는데 지자체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인허가 과정에서 만나는 암초는 헤아릴 수가 없다. 막무가내식 민원에 백기를 들 수도 있고 건축 심의위원 말 한마디에 수개월씩 밀릴 수도 있다. 어렵사리 건축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주무관청에서 반대하면 일은 더 커진다. 어느 디벨로퍼 대표는 백방으로 노력해 봤지만 지자체장과 접견기회를 아예 갖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디벨로퍼도 소송이나 행정심판 등으로 다양하게 대응할 수는 있다. 다만 이런 과정은 모두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과정이 길어질수록 늘어난 금융비용은 사업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디벨로퍼가 절대적인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예 개발 인허가 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권리구제기관'을 정부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유력 디벨로퍼 회장의 주장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조세심판원처럼 부동산 개발 인허가도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주요 인허가 사항만 10개가 넘는다. 절차대로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심의위원의 그림자 규제나 주무관청의 말한마디에 수개월씩 지연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인허가 관청에서 공적인 명분을 내세우기는 쉽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은 한번 물건너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민간 디벨로퍼가 인허가 스트레스 없이 사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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