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량기업 리뷰]'체질개선' 케이엔제이, 대규모 CAPEX 투자 나선다②SiC포커스링·2차전지 확장, 100~200억 투입 예상…유증시 대주주 '지배력 리스크'
조영갑 기자공개 2023-06-05 07:42:37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1632개 코스닥 상장사 중 473개사(28.9%)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86개사가 신규로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우량기업부로 소속이 변경된 '케이엔제이'가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CAPEX(자본적 지출) 투자 시기도 앞당기고 있다. 불황 국면인 디스플레이 장비 부문에서 반도체 소모품과 2차전지 사업으로 성장의 축을 이동, 이르면 하반기 대형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유상증자 시 심호섭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추가로 희석될 가능성은 리스크로 분석된다.3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엔제이는 최근 CAPEX 투자안과 관련, 내부적으로 투자의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내 투자의 각론을 확정하고, 공시한다는 계획이다. 적게는 100억원 규모에서 많게는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설립 이후 본점 소재지 이전 외에는 대형 투자 이력이 없는 케이엔제이는 최근 반도체 소모품 사업의 순항과 신규 사업(2차전지) 진출에 따라 생산능력의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2010년 반도체 웨이퍼 가공용 CVD-SiC(실리콘카바이드) 포커스링을 개발한 케이엔제이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새 1차밴더로 이름을 올리면서 직접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SiC 포커스링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엔드유저에서 케이엔제이의 직접 고객사가 된 SK하이닉스는 최근 3D 낸드플래시 공정 상에서 자체 수급을 확대하고 있다. SiC 포커스링 시장의 경우 티씨케이 제품이 세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글로벌 장비사(AMAT, TEL, 램리서치)를 통해 간접공급 받는 방식이라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장비사가 아닌 케이엔제이 등의 1차밴더를 통해 직접 조달할 경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원가절감에 사활을 거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후자를 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때문에 케이엔제이의 SiC포커스링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소모품 같지만 낸드플래시 단층이 고도화될 수록 포커스링의 내구성이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쿼츠 대비 내구성이 우수한 SiC 소재인데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기 때문에 케이엔제이 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엔제이 역시 기존 간접공급 매출에 더해 직접공급의 '업사이드'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당진아산 공장(CVD-SIC 제품)의 생산능력은 약 180억원 수준(매출액 기준)으로 생산설비의 가동률이 88.27%에 달한 상황이다. 가동률은 총 가동시간을 월평균 가동시간으로 환산해 산출한 수치로, 통상 80% 이상이면 풀 캐파(Full Capa)에 근접한 걸로 평가된다. 90%에 육박했기 때문에 증설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케이엔제이는 최근 126억원 규모의 2차전지 설비 공급계약을 따내면서 신규사업에도 진출했다. 5월 초 폴란드 소재 LT PRECISION POLAND와 2차전지 부품 생산용 자동화장비의 납품 계약을 맺고, 내년 5월 말까지 인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약은 양산계약이 아닌 파일럿(시험생산) 제품 계약으로, 내년 하반기 고객사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후속 양산공급을 노려볼 수 있다. 대규모 매출 실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사업의 확대와 신규 사업 시작으로 케이엔제이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설비가 협소하고, 노후화됐기 때문에 신설 수준의 설비확장이 필요하다. 케이엔제이는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 이상의 CAPEX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단, 투자는 생산라인을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2차전지 자동화 설비의 경우 어셈블(조립) 위주이기 때문에 공간 외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지는 않는다. 아직 파일럿 단계라 대형 투자에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케이엔제이 관계자는 "100억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자기자본과 금융권 차입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일 경우에는 외부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메자닌 발행 등의 유상증자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말 케이엔제이의 현금성자산은 151억원, 부채비율은 100% 수준이다.
지분율 희석이 수반되는 유상증자가 확정될 경우 대주주 심호섭 대표의 지분율 방어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1분기 말 심 대표의 지분율은 14.26% 수준이다. 개인회사 에스엔에이치에스가 6.83%를 보유한 2대주주지만, 이를 합쳐도 21% 남짓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신주가 발행(3자배정)되면 주주명부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진행하더라도 일정액을 쪼개 증권사 위탁 방식으로 조달하거나 우호 주주를 섭외할 가능성이 크다. 전환사채를 발행해 콜옵션을 설정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케이엔제이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투자와 관련된 세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는 대주주 지배력에 변동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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