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 기업 돋보기]암울한 시멘트·레미콘업체, 기댈 구석 '가격인상뿐'판매 단가보다 늘어난 원가 부담, 하반기 판매단가 추가 인상 불가피 전망
신준혁 기자공개 2023-06-05 13:38:40
[편집자주]
건축자재 기업과 시공사는 사업 측면에선 '공생'이자 수익성 면에선 '경쟁' 관계로 얽혀있다. 시멘트와 바닥재, 데크 플레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건축자재 기업의 판매단가가 곧 시공사의 건축비와 수익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한쪽이 일방적인 수익만을 생각해 움직이면 반대쪽의 저항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달 사이 원자재값 고공행진을 두고 시공사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지속된 배경이다. 그렇다면 최근 너도나도 판매단가를 올려 공급한 건축자재 기업들의 사정은 과연 어떨까. 시멘트와 창호, 데크 등 분야 주요 건축자재 기업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2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멘트 판매단가는 매년 오르고 있으나 시멘트 제조기업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제조 원가의 큰 축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수입 유연탄 가격 부담도 가중됐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 가격의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제조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시멘트 제조기업은 늘어난 원가부담을 벗어나기 위해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쌍용C&E가 하반기 1종 벌크 시멘트 가격을 14.1% 올리고 나머지 기업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단가를 높일 경우 레미콘 제조기업과 건설사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어 이목이 쏠린다.
◇ 실적 방어 위해 높인 판매 단가, 하반기 추가 인상 예고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위 쌍용C&E는 지난해 연결 매출 1조96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 증가한 성과를 냈다. 매출은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도 13% 늘어난 24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원가관리는 숙제로 남았다. 수익이 늘어난 만큼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장기적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매출원가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1조5546억원으로 악화됐고 매출원가율도 4.67%p 상승한 79.11%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0.64%p 감소한 12.66%로 나타났다. 1분기에는 영업손실 1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58억원으로 적자폭을 늘렸다.
전력비용 상승이 수익성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전력비용은 생산 원가 중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투입되는 겨울철 시설보수 비용이 증가했다.
쌍용C&E는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시멘트와 레미콘 제품의 가격 인상폭은 1~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평균 20%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1종 벌크 시멘트 가격은 톤당 33% 가량 높여 받았다.
반면 석회석과 석고, 슬래그 등 원재료 인상폭은 20% 미만에 그쳤다. 석회석 가격은 톤당 8168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슬래그와 규석은 각각 13%, 5% 상승한 2만2160원과 1만3866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석회석과 석고 등 원자재값이 평균 11.5% 상승한 데 비해 더 큰 제품 상승폭을 나타낸 셈이다.
나머지 시멘트 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는 시멘트 수요 증가로 인해 매출 외형을 키웠지만 원가율이 발목을 잡은 탓에 수익성을 반납했다.
아세아시멘트는 매출을 전년 대비 16% 개선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9%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성신양회는 기저효과와 고정비 부담 등으로 인해 대폭 영업이익을 상실했다.
이들 기업도 원자재값 상승분을 판매 단가에 녹여 수익성을 방어했다. 업계 2위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시멘트 제품을 전년 대비 26% 높여 판매했고 레미콘과 레미탈 가격도 18%씩 인상했다. 같은 기간 슬래그 원자재값은 1만8198원에서 2만3021원으로 증가해 26% 인상폭을 나타냈다.
시멘트 기업은 2015년 구조개편 후 기존 7개 사에서 5개 사로 줄었다. 삼표시멘트는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쌍용양회공업을 인수했고 글랜우드PE는 한라시멘트 지분을 사들였다. 아시아시멘트는 2018년 1월 한라시멘트를 재인수했다.
◇돈 번 기업이 없다…너도 나도 손해 보는 현상
시멘트를 원재료로 삼는 레미콘 업계도 악재에 휘둘리고 있다. 유진기업과 삼표산업, 아주산업은 각각 매출 외형이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매출 대부분을 레미콘과 건축자재를 판매에서 얻는 유진기업은 지난해 지난해 31% 증가한 시멘트 원자재값을 방어하기 위해 레미콘 판매단가를 17% 가량 높였다. ㎥당 레미콘 가격을 높인 후 매출을 1조4077억원으로 늘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억원 감소한 547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인 대형 건설사들이 매년 사들이는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은 10%씩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공급망 악화, 원자재값 상승 등 대외적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경영 사정이 악화됐다.
업계 선두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의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5%p 상승했다. 이들 건설사가 사들이는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은 1분기 말 기준 각각 톤당 평균 9만5000원, 루베당 8만5000원이다. 2020년 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50%, 25%씩 가격이 높아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은 레미콘 기업과의 단가 협상 뿐만 아니라 건설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멘트 제조기업도 제조원가에 각각 40%, 30%를 차지하는 유연탄과 전력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가격을 인상해야한다. 따라서 인상폭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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