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자금조달 훈풍...뒷배 'SK이노' 역량 빛났다 영업익 4조 중 절반 배터리 투자, 성장 잠재력 재확인 계기 평가
이호준 기자공개 2023-06-07 07:39:37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2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의 자금조달을 말할 때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직접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유치에 난항을 겪던 SK온이 생산능력 확대에 차질을 빚지 않고 조달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모회사의 시기적절한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의미다.당시 SK이노베이션이 들인 돈은 2조원이다. 물론 실질적인 자체 조달 능력이 부족한 SK온의 현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최근 국내외 투자자들이 SK온에 조단위 돈을 태울 확신을 만든 원동력이 모회사의 투자인 점을 생각하면 2조원은 거저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이차전지라는 성장 산업이 SK온을 그룹의 믿는 구석으로 키워낸 배경이다. 하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절묘한 뒷배의 역할이 있었다. 확실한 사업적 기반을 바탕으로 모회사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자본시장에 드러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4.4조 조달...프리IPO 목표치 초과 달성
배터리 산업은 '돈'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일단 배터리 생산 공장부터 여러 개 지어야만 생산능력과 수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배터리 회사들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금융권과 주주, 투자자들을 찾아 발로 뛰는 배경이다.
후발주자인 SK온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자본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서 난항을 겪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음에도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반전은 모회사의 '직접 투자'.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은 SK온 유상증자에 2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실제 작년 말 1조원에 이어 올해 초 1조원의 납입이 완료됐다. 정유·화학에서 번 3조9000억원 중 사실상 절반이 자회사 수혈에 사용됐다.
모회사에 손을 벌린 그림이 됐지만 핵심은 '든든한 뒷배'다. SK이노베이션은 전통사업이라는 튼튼한 사업적 기반에 더해 매년 시행되는 중간·기말배당을 통해 자회사들로부터 조단위 배당금도 수령한다. 사실상 굴뚝공룡인 모회사의 역량이 제대로 발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이 띄운 승부수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우려도 단숨에 지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한투PE로부터 투자 자금 1조2000억원, SNB캐피탈과 MBK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1조24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을 더하면 총 4조4000억원의 투자 자금을 공급받기로 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애초 SK온이 계획했던 프리IPO 금액 목표치인 4조원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재원 마련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에도 탄력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FI들 관심 여전..."모회사의 투자 의지 확인"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한 데다 최근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마저 개선되고 있어 매력적인 비상장 투자처로서 각광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회사의 확고한 투자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시장도 SK온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미국, 유럽, 아시아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SK온 서산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배터리 제조 공정을 탐방하고 생산성 향상 및 제품 안전성을 확인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올해 초 IR 행사에서 '2023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전환,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라는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올해부터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반영으로 빠른 손익 개선이 기대된다.
확대되고 있는 SK온의 생산능력도 성장성에 대한 밝은 전망을 더한다는 평이다. 지난해 88GWh였던 생산능력은 2024년 152GWh, 2025년 220GWh로 커질 전망이다. 자금 확보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만큼 생산능력과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영업이익 4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도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 큰 바탕이 됐을 것"이라며 "SK온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시장에 전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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