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진단]압도적 계열사 SK㈜ …자체 사업 덕분에 낮은 리스크②매년 2000억원 이상 수취…요율 0.2%로 평균 수준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08 07:27:02

[편집자주]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1조5207억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보는 양단의 시선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만큼 당연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특정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해당 상표권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도 크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표권 수취 현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의 SK㈜는 2015년 SK C&C와 옛 SK㈜가 합병해 만들어졌다. 덕분에 기존 지주사들과 달리 자체 사업을 하고 있다. 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없더라도 회사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는 이유다. 배당 수익 역시 워낙 탄탄하다.

◇㈜LG 이어 두번째로 많은 상표권 수익

SK㈜의 매출은 자체 사업인 IT 사업 그리고 상표권 수익, 배당 수익, 임대료 수익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를 살펴보면 매출 3조3698억원 가운데 IT 사업에서만 2조원이 나왔다. 다음은 배당 수익이다. 지난해 배당으로만 1조388억원을 거뒀다. 상표권으로 거둔 매출은 283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그럼에도 SK㈜는 주요 지주사 가운데 ㈜LG에 이어 다음으로 많은 상표권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계열사 수가 워낙 많은 데서 찾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월 기준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개로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SK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산정방식은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사용료율 0.2%를 곱하면 된다. 0.2%는 국내 지주사들의 평균 수준이다. 기준이 매출인 만큼 외형이 큰 회사들의 수익 기여도가 높다.

2021년 사용료를 가장 많이 낸 곳은 618억5000만원의 SK하이닉스였다. 그 뒤로 SK에너지(329억5900만원), SK텔레콤(232억7100만원) 등이 따르고 있다. 금액은 달라지지만 순서는 거의 변함이 없다.

◇안 내는 곳도 다수…계열사마다 산정 방식 달라

모든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건 아니다.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있는 곳은 전체의 절반인 100곳 정도다.

우선 사업 특성상 브랜드 사용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회사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지주사다. SK그룹에는 SK㈜ 외에도 투자만을 하고 있는 SK스퀘어, SK디스커버리 등의 지주사가 있는데 이들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합작법인의 경우 합작에 참여한 회사들이 상호 협의해 상표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SK어드밴스드가 대표적이다. SK그룹에는 국내외 기업이 함께 세운 합작법인들이 많은 편이다.

간접 보증 형태로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는 계열사는 기본 요율의 절반인 0.1%를 적용받는다. 사명에 SK는 없지만 명함이나 광고 등 대외적으로 SK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는 곳들이다. 간접적 브랜드 가치와 후광 효과에 대해서도 대가를 받는 셈이다.

부산도시가스, 강원도시가스, 전남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등 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에너지 회사들이 해당한다. 또 홈앤서비스, 서비스탑, 서비스에이스 등 콜센터 및 보안 계열사들도 0.1%만 사용료를 내고 있다.

새로 설립돼 SK 브랜드를 신규 사용하게 되는 경우 역시 사용 시점부터 만 1년 동안 기본 사용료율의 절반을 적용한다.


SK㈜만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도 일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어 상표권을 받는다. 한 회사가 두 곳에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의 경우 SK㈜와 SK텔레콤에 모두 상표권 사용료를 낸다. 요율은 다르다. SK㈜는 매출의 0.2%를, SK브로드밴드는 매출의 0.06%를 낸다.

◇2007년 SK㈜가 상표권 이관받아…2009년부터 수취

SK그룹은 1998년 '선경'에서 SK로 사명을 통합했고 7년 만인 2005년 나비 모양의 CI '행복날개'를 선보였다. 당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다보니 SK라는 알파벳만으로는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2004년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브랜드 경영'을 강조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SK 관련 상표권은 SK㈜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케미칼, SKC 등 5개사가 공동으로 보유했으나 2007년 SK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관련 상표권이 모두 SK㈜로 넘어왔다. 다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직후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는 않았다. 워낙 내로라하는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배당금으로만 2000억원을 훌쩍 넘게 벌었기 때문이다.

오래가지는 않았다. 2009년부터 SK텔레콤과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가 사용료를 내기 시작했다. 배당 외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지주사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당시는 SK C&C와 합병 전으로 지금처럼 IT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없었다. 배당 수익의 경우 계열사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커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힘들다. 상표권 사용료는 매출이 있으면 내야 하기 때문에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상표권 몰아주기?…"지주사 역할에 대한 대가"

SK그룹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상표권 관리를 위해 SK㈜가 들인 노력이나 비용을 크게 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07년 이전까지는 상표권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가 무상으로 SK㈜에 넘겼다는 점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SK㈜의 경우 자체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과 배당 수익이 워낙 많은 데 반해 상표권 수익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상표권 사용료를 단순 상표권 관리만을 위한 비용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지주사에 몸담고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가 단순히 상표권을 관리하고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룹 전반의 투자 확대,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등을 통해 그룹의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들이 지주사의 용역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상표권 사용료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