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사외이사 의장 낸 카카오, 평가체계 고도화한 네이버[이사회]②사외이사 비율·성비·위원회 구성 '우수'…의장·평가시스템 디테일에서 '차이'
이지혜 기자공개 2023-06-13 10:54:5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16:2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사회는 닮아 있다.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보상위원회와 ESG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네이버가 5개, 카카오가 4개를 두면서 큰 차이가 없다.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카카오가 그간의 관행을 깨고 윤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17년부터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삼아왔던 네이버보다 이 부분에서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이사회 운영에 있어서 완전히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를 늦게 구축했으며 방식과 점수 등도 공개하지 않는다. 또 카카오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이 모두 100%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경영권 견제 기능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회 구성·다양성·위원회 ‘합격점’
네이버와 카카오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현재 이사회 구성원이 각각 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최수연과 홍은택 CEO를 포함해 사내이사가 두 명에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을 넘는데 이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 기타비상무이사를 각각 1명씩 선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사회는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성비 측면에서 그렇다. 네이버는 최 CEO와 채선주 이사 등 사내이사 2명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카카오는 사내이사와 윤석 사외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를 모두 여성으로 선임했다.
등기이사의 전문성도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변 이사가 휴맥스홀딩스 회장으로 경영 전문가다. 사외이사는 각각 법률, 투자, 회계, 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구성됐다.
카카오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윤 이사가 재무와 회계 전문가이며 나머지 사외이사는 각각 미디어광고, 법률, 인공지능(AI) 보안 분야 전문가다. 기타비상무이사인 정신아 이사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로서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여럿둬서 의사결정의 효율성도 높였다. 한국ESG기준원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대규모 상장법인의 경우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시간적,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전체 이사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려운 만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중요 사안, 집중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분야별 위원회가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 둘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준수해 세 가지 위원회를 모두 설치했다. 또 네이버는 2020년 10월, 카카오는 2021년 1월 ESG위원회를 각각 설치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경영 정책을 펴고 있다.
◇사외이사 의장 카카오에서 탄생, 네이버는 사외이사 평가 고도화
표면상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ESG기준원에서 A등급을 받을 만큼 지배구조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항목 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이사회 운영에 있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차이점은 뚜렷하다.
일단 이사회 의장부터 그렇다. 네이버는 이사회 의장으로 2017년 정기 주주총회부터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해왔지만 카카오는 올해 정기 주총부터 윤석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삼았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삼은 것은 카카오 사상 처음이다.
이사회 의장 측면에 있어서는 카카오가 한 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상근경영진이나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성격이 비슷하고 6년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규정의 구속도 받지 않는다. 실제로 변 의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로, 임기를 마치면 총 9년간 재임하게 된다.
그러나 경영진 견제 기능이나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등은 네이버가 나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사내이사를 비롯해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거의 대부분 100%를 기록했지만 안건 찬성률은 아무도 100%를 기록하지 않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등기이사의 평균 안건 찬성률은 9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카오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선임된 배재현 사내이사와 신선경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지난해는 물론 최근 3개년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100%를 기록했다. 경영진 견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 평가 시스템 등도 네이버가 고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독립적 외부 자문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2019년부터 이사회 성과 진단 프로젝트를 진행, △기본의무 △전문성 △대외 영향력 △독립성등 5개 영역과 16개 항목으로 구성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이사회 구성 △회의 △활동성 △수행영역 등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카카오는 2022년 12월에서야 사외이사 자기평가 프로세스를 수립했다. 또 평가 결과도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만 밝혔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 둘다 이사 본인이 직접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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