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거버넌스 핵심지표, 네이버의 '애매한' 판정승[지배구조]①준수율 각각 93%, 80%…카카오, 개선 의지·추세 '강력'
이지혜 기자공개 2023-06-12 13:57:2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14:4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플랫폼기업의 선두주자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특화한 분야나 전략이 달라 시장 별로, 산업 별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수년째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기업지배구조 등 거버넌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와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공시하라고 규제했을 때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는 선도적으로 이를 지켰다. 업계 선두인 만큼 사회적 책무를 지키는 데 있어서도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작용했다.
2022년 지표를 놓고 본다면 네이버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세 개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지만 네이버는 단 1개 지표를 지키지 못했다. 준수율이 네이버는 93%, 카카오는 80%를 기록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가 일부 애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이다. 네이버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아 이 규정을 지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네이버의 지표 준수 여부가 불명확해 진다.
◇준수율 90% 넘는 네이버, 실질은 ‘좀 다르다’
7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2022년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를 얼마나 준수했는지에 대한 현황도 담겨있다. 한국거래소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준수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는 핵심지표를 15개 선정, 이에 대한 준수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는 15가지 지표 가운데 14개를 지킨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항목을 준수한 셈이다. 네이버가 지키지 않은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 뿐이다. 정관 제36조 제3항에 따른 조치다. 정관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상법 제382조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네이버는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국내외 각 계에서 제기되는 여러 단점도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주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방안에 대해 상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을 준수했다고 표기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표면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어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어 한국거래소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3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내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조항에 대해 ‘상근 경영진 또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기재했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이사가 2022년부터 재임하고 있지만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가 2017년부터 맡고 있다.
박나온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G) 파트장은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유사한 성격이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와 분리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사외이사는 6년 이상 재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는 이런 제한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네이버가 실질적으로 준수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는 13가지로 준수율은 87% 정도가 된다.
◇‘개선되는’ 카카오, 내년 준수율은 90% 넘는다
카카오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가지 가운데 12가지를 지킨 것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만 80%가 된다. 카카오가 지난해 준수하지 못한 항목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 세 가지다.
2021년보다 지배구조가 더 개선됐다. 카카오는 2021년 모두 4가지 항목을 지키지 못했는데 지난해에는 △배당정책과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한다는 지표를 추가 준수했다.
카카오도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와 관련해서는 현재 재무기획실 소속으로 감사위원회 지원 조직을 운영하고 있어서 지표를 지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카카오가 2022년에 3가지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지만 2023년에는 미준수 항목이 모두 1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덕분이다. 카카오는 올 3월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카카오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올해 안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내부감사부서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내부감사부서는 감사위원회나 상근감사 업무를 지원하는 전담조직이다. 내부감사부서 구성원의 인사평가 등에 경영진이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구성원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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