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K-순환경제]캐파업 나서는 인지이엔티, IPO 시계 빨라진다유화기 4기→10기 증설, 연말께 후속 투자유치 예상…내년 코스닥 안착 목표
조영갑 기자공개 2023-06-14 08: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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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2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을 녹여 열분해유(인지유)를 생산하는 인지이엔티의 기업공개(IPO)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기존 4기에 불과하던 유화기를 최근 2배 이상 늘리면서 본격적인 '캐파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인지이엔티는 올해 인지유 캐파를 늘려 수익성을 제고, 내년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다는 포부다. 성공하면 열분해유 섹터 최초의 상장사가 된다.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지이엔티는 최근 경북 경주 본사에 6기의 신규 유화기를 증설하고, 시험 가동에 돌입했다. 인지이엔티는 지난해 하반기 신생 자산운용사인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과 웰컴캐피탈 등 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약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생산능력 증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신규 유화기 증설로 인지이엔티의 유화 설비는 총 10대로 늘어났다.
2019년 설립된 인지이엔티는 설립 후 초도투자를 유치해 빠르게 생산 시스템을 완비했다. 증설 이전 4기의 유화기를 통해 일일 최대 32톤(t) 가량의 폐비닐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10시간 동안 열분해 처리를 거치면 유화기 1대당 4.4톤의 중유가 생산된다.
총 10기의 유화기가 양산공급을 개시하면 총 일일 80t 가량의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동일한 생산수율을 가정하면 총 44t의 중유를 생산할 수 있다. 캐파에 비례해 매출액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인지이엔티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0억원의 매출액과 2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0기가 일제히 유화를 시작하면 매출액은 연간 약 100억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통상 신규 설비에서 유화된 열분해유를 정식 공급하기 까지는 짧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인지이엔티는 현대오일뱅크 등 기존 고객사향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수율이 올라오는 대로 추가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을 전망이다. 3분기 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유 생산업은)기초 설비를 깔아놓고, BEP(손익분기점)을 넘기기 까지는 시간이 완만하게 소요되지만 캐파가 확대될수록 제조원가가 떨어지면서 이익률이 급격하게 치솟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기초 CAPEX(자본적 지출) 투자를 위한 숨고르기 단계였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익구간에 진입할 거라는 게 열분해유 업계의 시각이다. 당장 내년부터 40% 이상의 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인지이엔티에서 생산한 중유는 국내 주요 정유사에 공급돼 일정 단계의 재정제를 거쳐 산업유 등으로 최종 출하된다. 인지이엔티는 현대오일뱅크와 공급계약을 맺고, 생산 인지유 전량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이 현대오일뱅크향 공급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기회의 장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형 생산기업이나 정유사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리싸이클링 석유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유 등 열분해유에 대한 수요가 꾸준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증설로 캐파가 확장되면 현대오일뱅크 외 타 정유사 등으로도 판로를 다원화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정유업계 수위를 다투는 GS칼텍스가 예비 고객사로 거론된다.
공급량과 매출액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인지이엔티는 올해 수익성을 제고해 내년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상장 주관사(IBK투자증권)를 선정하고, 후속 스케일업 전략, 상장 스케줄 등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열분해유 공급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예심청구를 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이다.
가장 최근 유치한 투자 라운드에서 인지이엔티는 약 450억원(프리밸류 기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다만 여전히 얼리스테이지(초기투자단계)로 분류돼 있는 만큼 수익성만 뒷받침하면 밸류가 단기간에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ESG와 맞물려 재생 에너지가 각광 받는 시장 상황도 기회다.
인지이엔티는 연말 후속 투자 유치를 통해 현 10기의 유화기를 20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설비 투자금 및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미 시리즈A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스틱자산운용 외 신규 FI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이엔티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열분해유 제조사 중 거의 유일하게 실증 사업을 하면서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 1차 설비 확장을 기점으로 현금흐름을 두텁게 만든 뒤 연말께 규모의 경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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