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hy, 계속되는 해외 법인 손실...자본건전성 제고 집중②의료 로봇 계열사 1200억 순손실, 자산 증대 등 '자본잠식' 해소
박규석 기자공개 2023-06-21 07:35:50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15: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미국 법인의 자본건전성 제고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순손실의 여파로 줄어든 현지 법인의 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부채는 줄이고 자산은 늘렸다. 미국 법인의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 다각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장기화된 '싱크서지컬' 순손실
hy는 1969년 설립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대표 브랜드인 야쿠르트 등의 시장 지배력에 힘입어 2017년 이후로는 개별 매출에서 1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경우 발효유 시장 내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안정적인 수익성은 hy의 사업 다각화에 토대가 됐다. 2009년 NE능률 지분 인수했고 2011년에는 큐렉소와 싱크서지컬을 인수하며 의료용 수술로봇 분야에 진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와인과 풀필먼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 또는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의료용 수술 로봇 사업의 경우 실적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는 데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법인들의 경우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hy의 미국 법인 중 하나인 싱크서지컬의 경우 오랜 기간 순손실을 내고 있다. 2018년의 경우 558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2021년(-634억)까지 이어졌다. 2022년 말의 경우 124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2019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중간지 지배회사인 동시에 싱크서지컬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HYSG PTE LTD(이하 HYSG)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첫 실적에서 485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낸 후 적자 폭이 매년 커졌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각각 775억원과 8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손실은 hy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법인 등의 적자로 2020년 말 이후로는 연결 기준 실적에서 순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폭 또한 커지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164억원 규모였던 순손실은 이듬해 2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손실 규모는 509억원이다.
hy는 의료 로봇 관련 계열사가 적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y 관계자는 "싱크서지컬 등 의료 로봇 관련 부문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아직은 R&D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시기인 만큼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싱크서지컬 '자본건전성'은 회복
싱크서지컬의 지속된 순손실은 회사의 자본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순손실의 경우 기존에 적립해둔 이익잉여금으로 적자를 해결한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되면 이익잉여금이 바닥나게 되고 이때부터는 결손금으로 분류되어서 자본금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실제 싱크서지컬은 오랫동안 자본잠식 상태였다. 2018년 말까지는 자본금이 마이너스(-)772억원 규모였지만 2020년 말에는 -2014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싱크서지컬의 자본금은 -2838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자본잠식을 해소하며 자본건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자산총액은 늘리고 부채는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련 작업에 필요한 자금의 출처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hy가 보유한 연결 기준 싱크서지컬의 지분율이 2021년 말 40.78%에서 2022년 말에 95.32%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출자전환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HYSG가 계열사인 싱크서지컬의 대여금이나 사채 등 차입금을 출자전환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HYSG의 자본금이 1185억원 규모로 풍부했던 점도 이 회사가 출자전환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출자전환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통상 금융기관이 기업에 융자를 해주거나 보증을 선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기업의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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