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인사 코드]대구은행, '행장 오디션' 학벌주의 완화 효과①대구상고·영남대 천하 '옛말', 동문 대거 기용 관행 철폐
최필우 기자공개 2023-06-26 07:15:47
[편집자주]
지방금융은 계파·학벌·연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지방지주가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방은행은 인사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 하고 있다. 지방지주의 전신이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창구인 지방은행에 그룹 개혁 성패가 달려 있다. 더벨은 지방은행 인사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은행 내 임원 인사에서 학벌 중시 기류가 약해졌다. 올해 새로 취임한 임원 중 다수가 행장과 학연으로 얽혀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장과 같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출신을 임원으로 대거 기용하는 관행이 뿌리 뽑혔다는 평이다.금융권 최초로 시행한 행장 선임 오디션이 효과를 봤다. 2년에 걸친 육성 및 선발 프로그램을 거쳐 행장을 선발하면서 특정 학벌이 결집하지 않고 있다. 신임 행장도 동문의 지지를 바탕으로 취임한 게 아닌 만큼 보은 인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행장 동문 임원, '절반→4분의 1' 축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올해 8명의 임원을 신규로 임명했다. 이중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같은 경북대학교 출신 임원은 4분의 1에 해당하는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영남대학교 출신이 3명으로 1명 더 많았다. 행장이 인사에서 동문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보기 어렵다.
6년 전인 2017년 만해도 대구은행은 행장의 출신 학교를 빼놓고 임원 인사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대구상업고등학교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2017년 인사에서 신규로 임명한 임원 14명 중 4명이 영남대, 3명이 대구상고 출신이었다. 임원진 절반을 출신 학교 후배로 채운 셈이다.
학벌주의 배경에는 제왕적 지배구조가 있었다. 박 전 회장은 회장과 행장을 겸했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회장 비서실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지주와 은행 내 박 전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와 세력이 부재해 동문을 임원으로 대거 기용할 수 있었다.
박 전 회장 퇴임 후 그룹 첫 외부 출신 회장인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2018년 5월 취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김 회장은 2019년 임시로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그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나금융그룹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학연과 행내 인연을 의식하지 않고 인사를 할 수 있었다.
2021년 취임한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대에서는 학벌주의가 한층 더 옅어졌다. 임 전 행장은 행내 주류로 분류되는 영남대 출신이다. 그는 첫 인사에서 7명의 임원을 신규로 기용했는데 영남대 출신은 단 1명도 없었다. 또 7명 모두 다른 학교 출신이었다. 대구상고, 영남대 중심의 인사 관행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차기 행장 '예측불가', 무의미해진 계파 조성
황 행장과 임 전 행장은 김 회장 주도로 시행한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은행장이다. DGB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자문기관에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교육, 인터뷰, 평가를 일임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황 행장과 임 전 행장을 낙점했다. 후보의 행내 영향력보다 역량과 업적이 중시되는 승계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임 전 행장 후임으로 황 행장이 선임됐을 때는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임 전 행장은 2년의 첫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2년 간의 경영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연임이 점쳐졌으나 임추위는 황 행장의 손을 들어줬다. 외부 자문기관의 평가에서 황 행장이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차기 행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학벌을 기반으로 한 계파주의는 더욱 완화될 전망이다. 특정 계파의 강한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행장이 되거나 행장이 동문들에게 보은 인사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이 행내에 퍼지고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행장들이 학벌주의를 배척하면서 인사 기조에 변화가 있었다"며 "역량과 업적을 중시하는 인사 시스템이 단단히 뿌리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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