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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문화사업 리빌딩 전략]CJ의 결단 'CJ CGV 구하기'①국내 영화시장 개척 '문화사업 상징', 그룹 최대 자본확충으로 재건 승부수

김규희 기자공개 2023-06-28 08:05:16

[편집자주]

CJ 그룹이 'CJ CGV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팬데믹으로 악화된 재무건전성이 한계에 이르자 그룹 콘트롤타워인 지주사 CJ㈜가 전면에 나섰다. CJ CGV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점휴업에 빠지면서 운영 자금을 외부에 의존했다. 올해 만기 도래를 앞둔 차입금이 5300억원 달하는 등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CJ㈜가 계열사에 그룹 사상 최대의 자본확충 지원을 결정한 배경과 재무 여력, 향후 문화사업 재건 방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CGV가 1조원의 자본확충에 나섰다. 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지주사인 CJ㈜가 이 가운데 절반을 책임진다. 총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60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이와 별도로 제3자배정 방식으로 4500억원에 달하는 자회사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그룹 콘트롤타워인 CJ㈜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건 문화사업에 대한 자긍심과 위기감 때문이다. CJ CGV는 그룹에게 있어 상징적인 존재다. 불모지였던 국내 영화시장을 개척해 CJ가 추구하는 문화사업의 기반을 닦은 곳이다. CJ㈜는 유례없는 지원을 통해 CJ CGV를 재무건전성 위기에서 구출하고 나아가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의 진화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 CJ CGV가 가진 ‘상징성’, 그룹 문화사업 근간 사수

CJ CGV는 이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5700억원의 유상증자 실시를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오는 9월 초 진행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주사 CJ㈜가 최전선에 나섰다는 점이다. 목표액 5700억원 중 600억원가량을 직접 책임지는 데 더해 별도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한다. 회계법인 평가액이 45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이 CJ CGV에 유입된다.

이번 자본확충 결단은 이재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를 비롯해 각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은 뒤 재무건전성 회복과 함께 미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배경에는 문화사업에 대한 자긍심이 깔려있다. 이 회장에게 있어 문화사업은 정체성과 다름없다. 1993년 CJ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독립 분사한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뛰어들었던 시장이 바로 문화사업이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CJ 그룹의 ‘문화보국’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95년 미국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영화 등 콘텐츠사업(현 CJ ENM)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의 연간 매출액의 20%가 넘는 3억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강행할 당시 내부 반대가 거셌지만 이 회장은 이를 물리치고 투자를 강행했다.

이듬해에는 CJ CGV를 설립해 영화 제작, 투자, 배급에 이어 극장영상사업까지 갖춘 종합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영화부문에서 음악, 엔터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확장한 CJ ENM과 전국에 멀티플렉스 시설을 공급한 CJ CGV는 그룹 문화사업의 핵심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CJ 그룹의 거침없는 투자로 성장해 온 한국 영화산업은 2019년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점으로 최고 부흥기를 맞이했다. 1995년 이 회장이 문화사업에 뛰어들며 했던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편의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K-컬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이 서자 CJ 그룹은 추가 투자를 결정하고 중점사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룹 중기 비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등을 4대 성장엔진으로 제시하고 2026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 그룹 ‘사상 최대’ 자본확충, 건전성확보·사업자금 마련

승승장구하던 문화사업은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화사업을 이끌던 선봉장 CJ ENM과 CJ CGV 모두 대규모 적자에 직면했다.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생능력이 남아있던 CJ ENM은 곧바로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가는 등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기존 9개 사업본부를 △영화·드라마 △교양·예능 △음악콘텐츠 △미디어플랫폼 △글로벌 등 5개 핵심 사업본부로 개편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CJ CGV는 재무건전성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웠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다 보니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3년간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 2조원이다. 2022년 말 차입금 잔액이 잔액만 1조3777억원에 달했다. CJ㈜가 자금 지원에 나선 이유다.

올해 상황은 유독 심각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채권담보부증권(P-CBO) 1500억원과 공모 회사채 2000억원 등 총 3500억원에 달했다. 올해 말 금리 가산 스텝업 조항 발동을 앞둔 신종자본증권 1800억원을 포함하면 금액은 5300억원으로 불어난다.

CJ CGV는 올 5월과 6월 만기 도래하는 P-CBO 85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상환했다. 하반기 예정된 신용보증기금 신규 P-CBO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해 유동성을 재확보할 계획이다. 또 신종자본증권 1800억원은 하반기 예정된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상환할 방침이다.

이번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은 CJ CGV에게 의미가 깊다. CJ㈜ 지원이 없었다면 재무건전성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컸다. 특히 부채비율 1300% 유지 조건이 걸린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가 문제 될 수 있었다. 계획대로 유상증자 등이 이뤄질 경우 CJ CGV의 재무상태는 완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CJ㈜는 미래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도 마련해줬다. CJ CGV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기반으로 4DX, 스크린 X 등 특별관 등 미래공간사업자로 진화를 서두를 방침이다. 기존 영화상영사업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사업으로 혁신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스마트시네마 시스템 구축 및 온오프라인 광고사업 고도화 등 신사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CJ CGV는 그룹 문화사업의 근간이 되는 계열사로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대규모 지원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완전 정상화하고 나아가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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