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에이에스텍, 자외선차단제 글로벌 화학기업에 공급”UVA 물질 수율 '오리지널' 앞질러…윤종배 대표 “제조비결 특허로 보호”
이경주 기자공개 2023-06-28 07:12:52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8: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외선차단제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세계적인 화학기업 독일의 A사와 네덜란드 B사 등이 자외선 차단기능이 있는 물질을 처음으로 개발해 오랜 시간 시장을 과점해왔다.그런데 A사와 B사 모두 최근 수년 새 한국의 한 강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자사 제품보다 품질이 좋은데다 값이 싼 것이 이유. 생산비법을 특허로 묶어놔 모방할 수도 없는 것도 배경이다.
A사와 B사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인데, 눈뜨고 시장을 뺏기느니 차라리 협력하는 것을 택했다. 바로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이에스텍(ASTech)의 이야기다. 최근 창업주 윤종배(사진) 대표를 만났다.
비밀유지계약으로 에이에스텍의 고객사와 주력 제품명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의약품 생산 기술, 자외선 차단제 ‘대박’ 밑천
에이에스텍은 제약사 연구원 출신인 윤 대표가 2005년 설립한 자외선차단제 제조업체다. 윤 대표는 단국대 화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후 건일제약과 안국약품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었다.
윤 대표는 설립 초기 제약사의 연구과제를 대행해주는 일로 수익을 냈다. 그러다 꾸준한 매출 필요성을 느끼고 의약품인 구상형 황산염 클로피도그렐 생산기술을 개발해 삼진제약에 기술이전을 했다. 기술이전 대가로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이는 훗날 자외선차단제 시장 진입을 위한 밑천이 됐다. 현재까지도 삼진제약 구상형 황산염 클로피도그렐 수요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자외선차단제를 눈여겨본 것은 틈새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2015년부터 시장을 분석하고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윤 대표는 “자외선 차단제는 화장품 원료지만 일반화학약품과 의약품의 경계에 있어 누구도 쉽게 뛰어들지 않는 시장”이라며 “화학약품은 쉽게 만들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저렴한 반면, 의약품은 당국으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아야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장품제조사들은 GMP인증을 받은 자외선 차단 물질을 선호하는데 시장 공급가격은 일반화학약품 수준”이라며 “화학약품 제조사 입장에선 GMP인증이란 진입장벽이 있고 의약품제조사 입장에선 수익성 때문에 포기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GMP인증엔 자신이 있었고 일반화학약품 가격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기회가 있다고 봤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아 A사와 B사 등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글로벌 업체가 위기감 느껴, 단독공급 요청
윤 대표는 글로벌 자외선차단(UV Filter) 물질 제조사인 독일 A사 원료 A1(가칭)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것을 노렸다. 물질특허는 화학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물질 그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다. 오리지널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해당물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특허다. 이와 별도로 제법특허(생산특허)가 있는데 그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보호하는 것이다.
A1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UVA 차단용 물질이다. 물질의 종류는 총 28가지인데 자외선(UV)은 파장에 따라 UVC(200~290nm), UVB(290~320nm), UVA(320~400nm)로 영역이 나뉜다. 이중 UVC는 오존층에서 차단되고 UVB는 여름(7~8월)에 강한 특징이 있다. UVA는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전달돼 주름이나 기미 등을 유발한다.
이에 UVA 차단 원료가 28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다. UVA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대로 추산된다. A사 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인 네덜란드 B사도 UVA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잡고 있다. 특히 B사가 개발한 UVA 물질 B1(가칭)은 A1보다 시장점유율이 높다.
다만 B1은 물질특허가 오래전 만료돼 B사 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가 B1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B1은 수년 전부터 물과 염소성분을 만나면 발암물질을 형성하다는 문제가 종종 보고돼 왔다는 약점이 있었다. B1은 온도가 떨어지면 고체화가 되는 현상(재석출)도 있어 제형 제조에 불편함이 있다는 불만도 수시로 접수됐다.
이에 A1이 B1 시장을 대체해 갈 수 있는 국면이었는데 2020년이 A1 물질특허 만료였고 생산특허는 살아있었다. 이에 A1의 생산특허를 우회해 만들 수 있다면 확실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시장 탐색 4년만인 2019년 A1의 복제품 C1(가칭)을 다른 생산방식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생산특허까지 냈다. 전세계에서 A1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A사와 에이에스텍 두 곳 뿐인 상황이 됐다.
성과는 기대이상이었다. A1보다 원재료비가 적게 들고 수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C1 가격경쟁력이 오리지널보다 뛰어났다. B1 뿐 아니라 A1까지 대체가 가능했다. 그리고 파리에서 열린 한 글로벌 전시회에 C1을 내놨는데 처음으로 찾아온 고객이 다름 아닌 A사였다.
에이에스텍 작년 실적이 훌쩍 좋아진 배경이다. 지난해 매출 322억원에 영업이익 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146억원)은 119.6%, 영업이익(7억원)은 505.6%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5%에서 2022년 14%로 3배가 됐다.
에이에스텍은 A사 공급을 위해 충남 서천군 장항에 250억원을 들여 제1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1분기부터 가동을 했다. 작년이 매출확대의 시작점이다.
◇네덜란드 B사와도 5년 공급계약, 안정적인 미래
희소식이 잇따랐다. 네덜란드 B사와도 계약을 맺게됐다. B1의 약점이 고민이던 B사도 C1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B사는 더욱 긴밀한 관계를 원했다.
윤 대표는 “B사에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C1을 물량 개런티를 받고 공급하기로 했다”며 “국내 시장엔 우리가 직접 영업을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이란 숫자는 유럽 독점방지법에 의해 OEM계약을 5년 이상 못하기 때문에 타의로 제한된 것”이라며 “B사는 더 오랜 기간 계약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결국 5000억원대 시장에 에이에스텍이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5년 후 C1외에 다른 자외선차단제원료 매출까지 더해져 전체 매출이 1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IPO를 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공장을 더 크게 늘려야 했다. 조달 자금으로 내년 2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윤 대표는 C1이 시작임을 강조했다. 28종에 이르는 자외선 차단제 일부 시장에만 진출한 상황이다. 윤 대표는 “C1외에 3가지 물질을 이미 출시해 놓은 상태고 A와 B사와 또 다른 장기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현재 공장으론 한 두 물질 밖에 생산을 못해 증설을 해야 한다”며 “물질별 전용 공장을 만들 계획인데 부지는 1만700평 정도로 충분히 확보해 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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