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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B 약물시장 점검]"후발주자 비켜라" HK이노엔의 승부수 '적응증·해외'②4개 적응증으로 급여확대 적용, 중국·미국 등 100개국 진출 목표

홍숙 기자공개 2023-07-04 12:59:59

[편집자주]

항궤양시장을 이끌던 라니티딘이 불순물 파동으로 2019년 판매중지 처분을 받으며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약물을 시작으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등 다양한 약물이 등장했다. 특히 P-CAB 계열 중 국산 신약 '케이캡'이 등장하며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어 대웅제약과 온코닉테라퓨틱스(제일약품의 자회사)가 P-CAB 제제 개발에 성공했다. 점차 성장하고 있는 P-CAB 시장 상황과 각 회사별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P-CAB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강자는 단연 최초 개발사인 'HK이노엔'이 꼽힌다.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급여확대 및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100개국에 진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용량과 제형으로 정형화 된 시장 이외의 빈틈을 파고든다. 다음달부터 적응증 4개에 대해 보험급여도 가능해지면서 기존약물인 PPI 제제와의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CJ그룹서 개발하고 한국콜마서 판매… 'PPI' 겨냥 송근석 전무 지휘

HK이노엔의 P-CAB 제품은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2019년 출시했다. 2010년 옛 CJ헬스케어서부터 개발에 착수해 9년만에 마무리 했다. 케이캡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CJ그룹은 개발 막바지 한국콜마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지금에야 P-CAB이 주목받는 약물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실 케이캡 개발 과정은 순탄하진 않았다. 당시 항궤양제 시장에선 PPI가 이미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PPI보다 더 좋은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 케이캡은 신약 R&D 국책과제 선정에도 낙방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현장 연구진들의 판단은 달랐다. 항궤양제는 단순히 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뿐 아니라 위산과다, 속쓰림, 위산 역류 등 다양한 질환에서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효과도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는 P-CAB이 여러모로 PPI보다 진보된 신약이라고 판단했다.

개발 당시 CJ헬스케어 연구소장을 맡았던 송근석 현 HK이노엔 전무(R&D 총괄)는 케이캡 개발의 주역이다. 그는 개발의 난도가 높은 항암제보다는 비교적 개발이 용이한 신약 개발에 주목했다. 이 간단한 전략이 국내 첫 P-CAB 약물인 케이캡을 개발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케이캡 매출은 2020년 812억원에서 지난해 905억원으로 확대됐다. 전체 매출 85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으로 '효자템'이다.

◇다음달 4개 적응증 급여 확대, PPI와 본격경쟁 돌입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한 HK이노엔의 전략은 우선 적응증 확대다. 케이캡은 다음달부터 4개의 적응증에 대해 보험 급여 확대를 적용받는다.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의 경우 급여 적용이 의료진 처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전문의약품 시장 확대를 위해선 급여 적용이 필수 요건이다.

앞서 P-AB 계열 약물보다 먼저 출시된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약물은 다양한 적응증에서 급여를 적용받는다. 이로 인해 PPI 계열 약물 처방실적 규모는 작년 7697억원으로 여전히 항궤양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K이노엔은 출시 초기부터 급여등재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시작으로 위궤양의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3개의 적응증에 대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소화성 궤양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에서까지 다음달부터 급여가 적용된다.

이로써 PPI 제제를 처방할 수 있는 환자 대부분에게 P-CAB 처방도 가능해졌다. 이제 PPI 제제에 없는 적응증은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 투여 환자에서 나타나는 위장 부작용 요법뿐이다. HK이노엔은 해당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급여가 확대되면서 케이캡의 처방실적도 매년 성장한다. 출시 첫 해인 2019년 304억원의 처방실적 이후 작년 1321억원으로 4배 늘었다. 올해 1분기엔 357억원의 처방실적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항궤양시장에서 케이캡은 올해 1분기 15% 이상을 차지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미국·중국 시장 등 해외 진출 가속화...2028년까지 100개국 진출 목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 HK이노엔은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케이캡은 현재까지 35개국에 진출한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항궤양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 몽골, 멕시코에 케이캡을 출시했다. 이 외에도 동남아 2개국에선 허가를 받은 뒤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남미, 동남아 등 5개국에서 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국내 급여등재와 같은 국가보험의약품목록(NRDL) 등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4월 말 비급여로 출시된 이후 올해 3월을 시작으로 중국 내 31개성에서 보험 등재 작업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중국 파트너사 뤄신 파마슈티칼(Luoxin Pharmaceutical)은 케이캡을 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와 경쟁한다.


전세계 제약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시장 진출도 관전포인트다. 미국 파트너사인 세벨라(Sebela)와 함께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임상 3상이 마무리 되면 2025년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보다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다케다제약은 아목시실린과 클라리스로마이스 등과 병용요법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불순물 검출을 이유로 올해 2월 FDA로부터 미란성 식도염 단독요법에 대해선 보안요구서한(CRL)을 받고 품목허가가 보류됐다. 이에 따라 HK이노엔은 미국 시장에서 다케다제약과이 시장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은 세계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모두 진출한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유럽 진출을 지속적으로 타진 중이며 2028년까지 100개국 진출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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