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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DF 홀로서기]후발 주자 토종 운용사, '외사 간판' 떼고 독자 행보①인기몰이 주인공 삼성운용도 결별…수익률 부진 지목

양정우 기자공개 2023-07-11 08:24:20

[편집자주]

토종 자산운용사들이 연금펀드 시장의 대세인 TDF(타깃데이트펀드)의 독자 운용을 선언하고 있다. 출시 초기 낯선 상품이었던터라 글로벌 운용사의 협조 속에서 TDF를 내놨으나 이제 줄줄이 결별을 선택하고 있다. 글라이드 패스 설계와 방대한 글로벌 리서치가 만만치 않은 숙제이지만 저마다 자체 운용에 자신감을 피력한다. 더벨은 TDF 홀로서기에 나선 운용사의 전략과 향방을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s, TDF)의 전성시대다. 목표일 펀드 정도로 의역할 수 있는 TDF는 수익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적으로 자산 리밸런싱이 이뤄진다. 애당초 퇴직연금을 노린 상품이어서 은퇴 자금의 운용이 화두가 되자 폭발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톱티어 운용사와 달리 토종 자산운용사는 TDF 운용 경력이 짧다. 국내에서는 TDF라는 단어가 정식으로 펀드명에 삽입된 게 6년에 불과하다. 상품의 핵심 설계도인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다보니 오랜 운용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하우스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TDF 비즈니스의 스타트를 했다.

하지만 국내 운용사마다 TDF 간판에서 외사의 이름을 떼고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모두 글로벌 운용사와 협업 구조를 선택했으나 이제 완전한 결별 내지 일부 자체 운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캐피탈그룹과 맞손 삼성운용, 결별 배경으로 '성과부진' 지목

올들어 삼성운용은 '삼성 한국형 TDF' 라인업의 글로벌 파트너인 미국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결별을 단행했다. 그간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의 노하우를 토대로 TDF를 운용해왔던 터라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더구나 TDF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급으로 자금몰이에 나서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

삼성운용은 불모지였던 국내 연금펀드 시장에 TDF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한 펀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건 미래에셋자산운용(2011년)이지만 TDF라는 명칭과 구조를 갖춘 펀드를 처음으로 소개한 건 삼성운용이었다. 당시 파격적 마케팅 공세로 TDF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2016년 말 기준 672억원이던 TDF 적립액은 2019년 말 3조3000억원 수준으로 50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삼성운용의 인기몰이를 지켜본 경쟁사도 2017년을 전후해 너도나도 TDF 라인업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일반 펀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볼륨을 확대하면서 지난 6월 말 기준 순자산 규모가 약 11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삼성운용표 TDF의 운용 지휘봉을 쥔 건 캐피탈그룹이었던 만큼 국내 TDF 시장이 고속 성장을 한 데 외사의 역할도 작지 않다. 올해 결별에 나서기 전까지 운용 업무는 어디까지나 전권을 위탁받은 캐피탈그룹의 몫이었다. 삼성운용은 국내 투자자를 위한 환 헤지와 성과 관리를 담당하는 게 핵심 업무였다.

이 때문에 삼성운용과 캐피탈그룹이 결별 수순을 밟은 이유에도 관심이 쏠렸다. 운용업계에서는 지난해 글로벌 자산시장 전체가 폭락했던 시기에 삼성운용 TDF 라인업이 유독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운용사별 TDF 라인업의 6개월 수익률에서 삼성운용은 모든 하우스를 통틀어 가장 낮은 성적(-17%)을 거뒀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년 수익률을 산출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운용이 다른 하우스의 TDF보다 유독 저조한 성과를 거두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감돌았다"며 "국내 시장에서 TDF라는 새 먹거리를 발굴한 주인공인데 운용 규모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뒤처진 데다 수익률이 최악의 성적을 받은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 쇄신 차원에서 독자 행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키움운용도 이미 독자 운용 선택…신한·한투운용, 자체 설계 무게

삼성운용의 TDF 홀로서기 선언은 경쟁사보다 한발 늦은 행보다. 이미 2021년 키움투자자산운용과 KB운용이 각각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즈(SSGA), 뱅가드와 유지해왔던 자문계약을 종료했다. 신한운용과 한투운용 역시 자체 설계한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한 TDF 시리즈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하우스가 독자 행보를 걷기로 결정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KB운용의 경우 내부적 판단이 아닌 대외적 이슈로 결별을 선택했다. 본래 자문 계약을 맺은 뱅가드는 미국 본사가 아닌 홍콩법인이었다. 하지만 미국 본사가 아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홍콩법인과 제휴 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KB운용은 뱅가드 본사와 직접 자문 계약을 맺고자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TDF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40%에 가까운 뱅가드 입장에서는 굳이 협소한 한국 시장에 별도도 인적, 물적 재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TDF 도입 초창기에 상품 자체가 낯설다보니 글로벌 운용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TDF에 가입하는 목적상 드라마틱한 수익률을 추구하지 않기에 자체 소화가 매우 난해한 상품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어느 정도 운용 경험이 쌓인 만큼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제휴 관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물론 운용업계에서 반론도 나오고 있다. TDF의 경우 글로벌 자산배분이 상품의 가치를 지탱하는 키다. 세계 곳곳의 투자처를 파악하는 국가별, 섹터별, 기업별 리서치 능력이 필수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제대로 분석하는 역량을 갖춘 세계 선두급 하우스가 아직 국내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 TDF 상품 출시 당시 광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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