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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DB 1000억, KB운용 실적배당형에 쏜다 만기매칭 채권형 상품…금리리스크 노출 최소화

양정우 기자공개 2023-07-06 07:57:45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5: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적립금 1000억원을 KB자산운용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했다. 기준금리의 고공행진 여파로 원리금보장형의 이자율도 높아졌으나 채권 펀드의 투자 매력이 껑충 뛴 결과로 풀이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DB 적립금 가운데 1000억원 가량을 실적배당형 상품(채권형 사모펀드)에 투입했다. 이 상품의 운용사는 KB자산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단연 최상위 고객으로 꼽힌다. 전체 DB 자금이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기에 연금사업자와 자산운용사로서는 일단 거래를 트는 것 자체에 사활을 건다. DB의 볼륨이 클수록 원금 손실시 실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그간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적립금운용계획서(IPS)의 의무화가 도입되는 동시에 DB 적립금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법규가 큰 폭으로 개편됐다. 현대차도 DB 적립금 운용 방식의 다변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원리금보장형의 확정 금리가 상승한 여건이지만 오히려 실적배당형 상품에 자금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채권 투자의 적기여서 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발행 금리 자체가 상승해 있는 덕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쿠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세계 각국마다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던 만큼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캐피탈 게인(자본 소득)도 기대된다.

KB운용이 운용하는 이번 상품은 10년물 국공채에 투자하는 만기매칭 채권형 펀드다. 최근 국고채 금리를 감안할 때 목표 수익률은 연 4% 안팎일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DB 자금을 유치하고자 공격적 스탠스를 취했다면 5%에 가까운 목표치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최종 수익률은 적어도 인플레이션 효과를 포함한 임금상승률 예상치를 웃돌아야 한다.


일반 채권형 펀드는 지속적으로 채권의 편입과 편출을 반복하면서 운용의 묘를 살린다. 하지만 만기매칭 채권형 상품은 펀드의 운용 만료 시점과 채권의 만기를 맞추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한마디로 만기 보유를 목적으로 채권을 매입한 것처럼 쿠폰금리와 상환을 통해 고정된 수익을 거두는 게 운용 목표다.

그만큼 종목 교체가 빈번하지 않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채권의 최대 위험인 금리 리스크에 비교적 노출되지 않는 셈이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펀드 비히클인 만큼 시장 여건과 목표 달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꾀한다. 최종 타깃 수익률은 채권의 발행 금리보다 높게 설정될 수 있다.

앞으로 현대차가 고수할 DB 운용 전략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만기매칭 채권형 펀드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접근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투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OCIO(외부위탁운용관리)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 전략을 다변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운용은 올해 초를 전후해 삼성전자의 DB 적립금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 자금을 운용하고자 3000억원 규모로 전용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상품의 스타일은 역시 만기매칭 채권형 펀드였다. KB운용과 함께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전자의 DB 자금(약 45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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