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디테일]'풋옵션 부담' 에이스테크, 주주 힘 빌린다①유증 통해 약 579억 조달 목표, 480억 규모 채무 상환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3-07-18 08:19:23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이스테크가 대규모 자금 확보를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2년 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대응에 자금을 집행할 전망이다. 본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도 일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코스닥 상장사 에이스테크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액면가 500원인 주식 2500만주를 새로 발행할 계획이다. 2500만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55%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유상증자로 578억7500만원을 주주 및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예정 주당 발행가액은 2315원으로 책정됐다. 8월 2일 확정 발행가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9월 13일~14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하고 같은 달 18일~19일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SK증권, 인수회사는 상상인증권이다.
모집주선회사는 케이프증권으로 주선 수수료로 1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실권주는 SK증권과 상상인증권이 15%의 수수료를 받고 인수할 예정이다. 실권주를 주관사가 전액 인수하기로 한 만큼 자금 조달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에이스테크는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를 채무상환(480억원), 운영자금(98억7500만원)으로 명시한 상태다. 조달 금액의 절반 이상을 부채를 갚는데 사용한다. 지난해도 풋옵션 대응을 위해 400억원 규모 51회차 CB를 찍었다. 최근 수익성이 악화해 현금 곳간이 축소되자 자본 시장을 조달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에이스테크가 당장 대응해야하는 채무 상환 건은 2년 전 발행한 44회차 CB와 45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채권 잔액은 각각 230억원, 250억원이다. 44회차 CB와 45회차 BW는 모두 제로 금리로 주당 1만9514만원으로 발행했다.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따라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주가 흐름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환가는 조정을 거쳐 최저 한도인 1만4636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주가는 3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주가와 전화가의 괴리가 큰 만큼 발행 후 2년이 되는 이달 말에 사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금액을 갚으며 부채 부담을 덜어낸다는 방침이다.
에이스테크는 국내 최초 카폰 안테나를 개발한 업체다. 이동 통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본업을 안테나 사업으로 전환하며 성장했다. 안테나는 전기 신호와 전자파 신호를 변환하는 부품으로 이동통신 기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에이스테크는 기지국용 안테나와 무선통신용 무선주파수(RF)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지국용 안테나 분야는 점유율 1위다.
2018년 이후 5G(세대) 시장 태동기를 맞으며 한 때 5G 대장주로 불렸다. 삼성전자에 기지국 장비 등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한 때 3만5000원을 넘기도 했다. 5G가 상용화는 됐지만 일부 주파수 대역의 기지국 건설이 진행되지 않았고 글로벌에서도 5G 투자가 지연되면서 전반적으로 통신 장비사들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자 에이스테크는 최근 긴축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해외 법인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제조 분야에서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 적자 사업 정리 등 연간 고정비를 줄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자회사인 에이스안테나의 베트남 공장 매각을 할 계획을 세운 상태로 매각 완료 시 일부 재 임차해 공장을 활용하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5G 투자 재개 속도가 느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인도 시장의 5G 인프라 투자가 시작되면서 하반기부터 사업이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스테크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준비하기 위해 조달 자금을 기지국 안테나와 RF 부품 등의 구매 자금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에이스테크 관계자는 “5G 투자가 지연되고 있어 실적이 악화된 상황으로 현 구조에서도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연간 고정비를 200억원씩 줄이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인도 시장 5G 투자가 시작되는 등 성장 모멘텀이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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