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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빅파마도 바이오텍도 아닌 '빅 바이오텍' 꿈꾼다 '세노바메이트'로 창출한 현금 기반 비유기적 성장…26년 몸값 19조 목표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19 11:45:22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파마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반면 바이오텍은 자본력이 부족하다. 자체 개발 신약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동시에 애자일(agile)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형 바이오텍이 되는 게 우리 포지셔닝 전략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적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로 확보한 현금을 새로운 플랫폼 도입에 투자해 제2의 혁신신약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우수한 '효능' 강점 세노바메이트, 7년간 4조 현금 창출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서만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파른 성장세와 높은 마진율을 고려해 향후 7~8년간 최대 5조원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탄생시킨 뇌전증 치료제다. 성인 대상 부분발작 치료제로 2019년과 2021년 각각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효능이 강점이다. 뇌전증은 유전이나 외상 등의 이유로 의식이나 운동, 감각 등에 발작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발작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 비율(완전 발작 소실률)이 중요하다. 세계 1위 뇌전증 치료제인 벨기에 제약사 유씨비(UCB)의 '빔팻' 완전 발작 소실률이 2.4~4.6%지만, 엑스코피리는 21%였다.

이런 경쟁력은 처방 실적으로 나타난다. 2020년 5월 미국 출시 이후 지난 1분기까지 관련 매출이 12분기 연속 증가했다. 1분기 미국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년보다 70%가량 늘었다. 미국 출시 35개월 차인 3월 처방수는 경쟁 제품보다 2.1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월별 처방건수 3만건을 달성,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총이익률이 90% 중반에 달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출시 시점부터 미국 현지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판매(직판) 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그는 "100여명의 소수 영업인력으로 직판 체계를 확립한 데다 모두 위탁생산(CMO)하기 때문에 고정비 비중이 작다"면서 "원가가 높지 않아 한 번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뒤엔 대부분 매출이 수익으로 잡히는 매직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로써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로만 2032년까지 4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보수적으로 봐도 7~8년 동안 4조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고 조금 더 열심히 뛰면 5조원 정도의 견고한 현금흐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세노바메이트의 가속 성장을 위해 한층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은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 안착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환자 복용 후기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내년부턴 방송 광고를 시작한다. 또 현재 현지 의사의 처방 관행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이에 맞는 영업 전략을 세우는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포스트 세노바메이트 고민…TPD·RPT·CGT 신성장동력 낙점

SK바이오팜의 성장은 세노바메이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이 사장은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파이프라인에서 세노바메이트 의존도가 높다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전략은 기존 보유 역량과 시너지를 낼 새로운 제품과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조직은 절대로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해선 안 된다"면서 "세노바메이트로 폭포수처럼 떨어질 현금(cash waterfall)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쓸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우선 2025년까지 구축한 직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업화 제품을 인수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중추신경계질환(CNS) 적응증 제품이다. 세노바메이트로 다진 탄탄한 영업망에 새 제품군을 얹어 외형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파이프라인이 아닌 제품을 인수하면 이제껏 구축한 영업력(sales force)이 제 기능을 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쟁 약물인 뇌전증 치료제를 상업화할 생각은 없고 CNS 계열 약물 중 최소한 임상 3상 단계로, 2~3년 내 상업화 가능한 제품이 타깃"이라고 했다.

차세대 플랫폼을 도입해 체질개선도 꾀한다. 세부적으로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세 가지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모두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든 초기 단계 기술이면서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TPD는 표적 단백질은 분해·제거해 질병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술로, 최근 미국 프로테오반트 인수로 해당 기술을 확보했다. SK와 로이반트가 각각 40%와 6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JV)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수준의 TPD 기술을 갖추면서 미국에 R&D 거점도 마련하게 됐다.

RPT는 세포를 사멸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미량을 체내에 투여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가 치료제 개발의 핵심인데, 과거 SK가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해 놓은 덕분에 R&D를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세포와 조직이 회복하도록 돕는 의약품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물질을 변형·도입한 세포를 넣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의약품이다. 그룹 내 계열사 SK팜테코가 CGT CDMO 사업에 진출했다. SK바이오팜이 연구개발을 맡으면 SK팜테코가 생산하고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하는 그룹 바이오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과 3가지 새로운 모달리티로 진출하는 방향성 아래, 빠른 의사결정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2026년 15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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