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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호 미래는]'마이 웨이' 의미는...2기 완주냐 3기 도전이냐ⓛ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등 임기 막바지 존재감 과시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25 07:30:25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임기 막바지 '레임덕'에 빠질 법도 하지만 되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내내 따라붙었던 중도 하차 가능성 역시 이같은 기세에 어느 정도는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도 좋았다. 마침 불어닥친 2차전지 열풍으로 그룹 시가총액이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벨이 2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는 최정우호를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여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50년 역사상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이자 1998년 이후 20년 만의 비서울대 출신 회장이다. 여기에 최초의 '연임 완주'라는 기록 하나가 추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8개월가량 남았지만 사실상 10월 이후 연임 혹은 퇴임 여부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는 만큼 지금 임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최근 최 회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안팎으로 포스코그룹을 흔들어대는 분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이후 고작 1년여 만이다. 최 회장 역시 '동분서주'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단순 '완주'만을 목표로 둔걸까. CEO의 성과는 실적과 주가로 평가받는다. 둘 모두에서 최 회장은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현실과 상관없이 한번 더 연임에 도전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다는 의미다.

◇연이은 행보에 쏠리는 시선

포스코그룹은 7월 12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다른 그룹들과 함께 투자계획을 밝혔는데 1년 만에 새로 내놨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5년 동안 국내외를 더해 모두 5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에는 8년 동안 모두 121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 비교해도 액수가 크게 늘었다. 기존 연평균 10조6000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15조1250억원 수준으로 50%가량 증가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두 번째의 경우 재계 전반의 움직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논외로 친다면 두 번의 발표가 이뤄진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발표는 최 회장 취임 40여일 만인 2018년 9월 초에 이뤄졌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 목표와 함께 비전을 밝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 이상으로 숨겨진 함의가 많다. 어떤 수치를 넣고 어떤 수치를 뺄 지부터, 기간은 얼마로 잡을지, 각 계열사간 거래를 상계할지 말지, 국내외를 따로 발표할지 말지 등 하나에서 열까지 '판단'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새정부 출범 때마다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다는 건 그룹의 발표를 정치적 판단과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발표 시기나 발표 방법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그룹의 발표를 단순 수치만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발표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이뤄졌다. 지난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과 달리 최정우 회장이 직접 포항에 내려가 참석한 행사에서 투자계획이 공개됐다.

얼마 뒤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사업 밸류 데이'를 열고 매출 목표도 새로 제시했다. 지난해의 경우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매출 4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번에 내놓은 매출 목표는 62조원이다. 무려 51%나 상향 조정했다.

최 회장 역시 말 그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2차전지 소재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7월 초 전남 율촌산업단지에서 열린 '포스코HY클린메탈' 2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6월 같은 곳에서 열린 2차전지 소재용 수산화리튬 공장 착공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해외활동 역시 활발하다. 6월 말 북미에서 열린 철강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으며 5월에는 인도로 향했다. 인도 현지 제철소를 방문해 사업 협력을 논의했고 인도에 있는 포스코그룹 주요 사업장을 찾아 경영 현황을 점검했다.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세계철강협회 회장 자격으로 회원사 회의를 주재했으며 같은 달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자 현 포스코아메리카 고문을 포스코센터로 초청해 만나기도 했다. 3월엔 말레이시아를 찾아 페트로나스그룹 CEO를 만났다.

최 회장의 행보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건재함과 그룹 내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있다.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는 의지 역시 엿볼 수 있다.

◇2기 완주는 파란불…다음은?

그간 포스코그룹에선 '회장 연임→새정부 출범→회장 중도 퇴진'이 공식처럼 이어져왔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최근까지도 잊을 만하면 중도 퇴진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느덧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권오준 전 회장과 정준양 전 회장은 각각 새정부 출범 11개월,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것과 달리 현재 포스코그룹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재계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최 회장이 2기 완주라는 새로운 기록을 무사히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올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잇따라 불참하고 있다. '패싱'인지 자발적 '불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목표가 2기 완주든 3기 도전이든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는 야심차게 연임에 도전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 이어 이사회를 통해 두 번째 대표이사로 낙점됐던 윤경림 후보도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KT는 반 년 넘게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6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3년 전 연임에 도전할 당시는 어땠을까. 1기 내내 최 회장의 연임 도전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었다. 전임 회장의 중도 사퇴 이후 자리를 물려받아 3년의 임기를 보장받지 못했고 전임 회장들 대부분이 연임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당시 11월 초 연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진에게 2차전지 소재 분야로의 대규모 투자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연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가 논의에 들어갔다. 연임이 확정된 건 한달 뒤인 12월 초다.

당시 최 회장은 전임자들보다 한달 정도 빠르게 연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 회장은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연임 또는 퇴임 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반드시 밝혀야 한다. 권오준 전 회장과 그 이전 정준양 전 회장 모두 12월 초 연임 의사를 밝혔다.

업계는 최 회장이 가급적 빨리 연임을 확정하고 이후 계획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봤다. 이듬해 3월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돼야하지만 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추천위원회 심사만 통과하면 사실상 연임 확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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