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 / 하이트진로 vs 오비맥주]주류 양대산맥 구축 비결은 'M&A'①[사업구조]진로 인수한 하이트맥주, 진로쿠어스맥주 품은 오비맥주
박규석 기자공개 2023-07-31 09:35:0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6:1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주류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희석식 소주(이하 소주) 부문에 강점을 지녔다면 오비맥주는 맥주 부문에 특화됐다. 이러한 구조는 오랜 기간 유지 중이며 이는 과거 진로그룹의 ㈜진로와 진로쿠어스맥주㈜를 양사가 나눠 가진 게 출발점이다.진로그룹은 1924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진로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했던 기업집단이다. 진로그룹은 1990년대 재계 20위권까지 성장했지만 1997년 4월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도를 맞으며 그룹은 해체됐다.
진로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들이 분리되는 뼈아픈 시기였지만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에게는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소주를 생산하는 ㈜진로를 인수했고 오비맥주는 맥주사업을 담당했던 진로쿠어스맥주㈜를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류시장 양대산맥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공통된 성장 동력은 기업 M&A(인수·합병)였던 셈이다.
◇하이트맥주의 '3조 빅딜'
하이트진로는 종합주류사이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은 소주 부문에서 창출된다. 2022년 말 개별 기준으로 주요 제품인 참이슬 등이 전체 매출 2조2222억원의 56.4%(1조2523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상품 판매 8.28%(1839억원)까지 합칠 경우 소주 매출의 비중은 약 65%까지 증가한다. 테라로 대표되는 맥주 부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31.1%(6913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소주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는 배경에는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국내 최대 소주 기업 ㈜진로의 인수와 합병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업계 1위였다. 전국 점유율은 약 55.3%였고 서울 등 수도권은 92.7%에 달했다.
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진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부도를 맞게 된다. 이후 위스키 사업 양도 등 계열사 정리를 단행하며 경영 정상화에 힘썼지만 2003년 1월 상장 폐지됐다. 같은 해 5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진로는 매물로 나왔고 2014년 9월 메릴린치가 주관사를 맡았다.
㈜진로 인수전에는 당시 하이트맥주를 비롯해 롯데, 두산, CJ 등이 참여했다. 메릴린치가 ㈜진로의 인수 입찰 제안서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하이트맥주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하이트맥주는 당시 ㈜진로가 기록하고 있던 연간 영업이익의 15배나 되는 3조4000억원에 회사를 품으며 인수전을 승리로 매듭지었다.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를 위해 약 1년 6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2004년 재무와 회계, 자금 조달 컨설팅을 위해 USB증권과 산업은행을 파트너로 삼았다. 같은 해 6월 법무법인 지평을 법률 자문으로 지정했다. 이후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 등으로 컨소시엄 멤버를 늘리며 인수에 박차를 가했다.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인수하고 6년 뒤인 2011년 9월에 합병을 단행한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진로가 남았다. 동시에 하이트진로로 사명을 변경하게 됐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하이스코트(위스키)와 보배(소주)를 합병하며 외연을 확대하기도 했다.
◇맥주 2강 체제 확립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가 ㈜진로를 통해 소주 시장을 장악했다면 오비맥주는 진로그룹의 맥주 사업 계열사 진로쿠어스맥주㈜와의 합병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 진로쿠어스맥주㈜는 1992년 ㈜진로의 자회사로 설립된 회사다. 현재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 카스도 진로쿠어스맥주가 이 무렵 출시한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일본 기린맥주가 1933년 한국에 세운 '소화기린맥주'가 출발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소화기린맥주는 미군정에 귀속됐다. 1948년 소화기린맥주의 주주였던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자가 회사를 불하받아 아들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에게 맡겼다. 1952년 5월 정식 민간기업으로 출범하며 사명을 동양맥주로 변경했다. 오비맥주로 사명이 바뀐 시기는 42년 후인 1995년의 일이다.
동양맥주의 성장은 가팔랐다. 출범 이후 5년 만인 1957년에 당시 맥주업계 선두였던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를 앞지르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맥주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했으며 당시 연간 139만5000㎘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는 단일상표로 세계 16위 수준이었다.
이처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해 오던 오비맥주는 진로쿠어스맥주㈜를 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게 된다. ㈜진로가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주요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진로쿠어스맥주㈜를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브루는 앞선 1998년 9월에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의 지분 50%(경영권 포함)를 인수하며 한국 맥주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진로쿠어스맥주㈜를 품을 경우 국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진로쿠어스맥주㈜의 매각은 1999년 5월 7일 공개입찰 신청이 마감되면서 시작됐다. 진로쿠어스맥주㈜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롯데그룹과 벨기에 인터브루(현 AB인베브), 호주의 라이언네이슨, 미국의 쿠어스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가 국내 맥주 시장의 약 16%를 차지했던 만큼 진로쿠어스맥주㈜의 인수는 곧 시장 지배력 강화를 의미했다.
당시 진로쿠어스맥주㈜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쿠어스와 인터브루였다. 쿠어스의 경우 과거 진로쿠어스맥주㈜의 지분 33%를 보유했던 이력이 있었던 만큼 회사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진로쿠어스맥주㈜는 1999년 12월 오비맥주를 가진 인터브루에 인수됐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진로쿠어스맥주㈜를 통해 하이트맥주와의 맥주 2강 체제를 확립하게 된 셈이다.
1999년 12월 맥주 출고량 기준으로 오비맥주와 진로쿠어스맥주㈜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51%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1년 3월 오비맥주는 카스맥주로 사명을 변경한 진로쿠어스맥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구조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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