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배당 줄인 오비맥주, 현금자산 '유출→유입' 전환①배당금 지급 60% 축소, 시장 침체 장기화 '리스크 재원' 확보
박규석 기자공개 2023-04-19 07:25:12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4일 15: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비맥주가 수년간 유지해온 고배당 정책을 재정비했다. 현금의 유출은 줄이고 유입은 늘리는 보수적인 자금관리에 일환으로 배당금 규모를 축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재원 확보 집중하는 분위기다.◇배당금 대폭 축소...고배당 탈피 신호탄?
오비맥주의 고배당 기조는 지난 2014년 글로벌 맥주기업 AB인베브에 재인수(지분 100%)된 이후부터 시작됐다. 2015년에 실시한 37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3800억원의 배당금이 집행됐다. 이 기간 중 AB인베브가 챙긴 총 배당금은 1조8900억원 규모다.
AB인베브에 전액 귀속되는 고배당 기조는 오비맥주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지속됐다. 지난 2019년 오비맥주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28% 줄어든 2743억원이었지만 배당금은 4390억원이 집행됐다.
연간 순이익을 넘어서는 배당금 사용은 이후로도 2년 연속 단행됐다. 오비맥주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600억원과 16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배당금에는 이를 웃도는 4000억원과 3360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AB인베브가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로 배당금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오비맥주 지분을 확보할 당시 인수 가격이 높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해 58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2009년 오비맥주를 매각할 때 받은 18억 달러보다 약 40억 달러나 높은 금액이었다.
다만 오비맥주의 고배당 기조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배당금 규모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배당금은 1350억원으로 1년 새 60%나 감소했다. 이전까지 연평균 3800억원의 배당금이 집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 이후 배당금 규모를 조금씩이나마 줄여오던 상황 속에서 단행된 만큼 그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배당금의 축소는 보수적인 자금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류 시장의 소비 위축이 장기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사업 활성화 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류시장은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유흥용 주류 판매가 감소한 상태다. 국세청 '국세통계 주세신고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과 수입분의 총합은 수년째 줄고 있다. 2018년의 경우 393만1778㎘였지만 매년 감소해 지난 2021년에는 351만1286㎘로 줄었다. 주류 출고량의 축소는 소비의 감소를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을 불투명한 상황으로 평가한 부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류 시장의 경우 경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구조인 만큼 고물가 기조와 부동산 경기 하강 등은 영업활동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늘어난 곳간 '리스크 대응력' 강화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오비맥주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현금 확보로 풀이된다. 최근 고금리 등의 여파로 발행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현금 여력을 갖추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어서다.
배당금 축소 등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오비맥주의 의지는 2022년 말 기준 현금흐름표에서 엿 볼 수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021년 말 대비 34%가 줄었음에도 기말현금은 오히려 104%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오비맥주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819억원이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현금의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유형자산 투자 등은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기준 오비맥주의 현금성자산은 총 1501억원이다. 이는 2018년 이후 지속됐던 현금성자산의 감소를 멈췄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다. 오비맥주는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마이너스(-)순차입금을 유지했다. 차입금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풍부한 현금을 토대로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 등의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는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2021년 한 때 현금성자산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보수적인 재무관리의 노력으로 1년 만에 회복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주류 시장 역시 업황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유흥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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