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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현장 in]젊은 센터장 사로잡은 삼진제약 연구소, R&D 전초기지로①영업익 3배 시설 투자 고강도 체질개선…신축 연구센터 마곡 랜드마크 부상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31 15:02:33

[편집자주]

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07: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1977년생 젊은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SK케미칼 출신 이수민 연구센터장(상무)이 주인공이다. 20여 년간 신약개발,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공동 연구, 투자 등 업무를 담당한 연구개발(R&D) 분야 전문가다. 복제의약품(제네릭) 중심 전통 제약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대기업에 다니던 이 센터장의 마음을 움직인 게 마곡 연구센터다. 2021년 개소한 연구센터는 신약개발 과정 전주기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설립에 투입한 비용만 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이익(231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연구소에만 이 정도 규모로 투자한다는 건 R&D에 '진심'이라는 방증이다. 그가 이직을 결심한 배경이다.

◇'제네릭' 앞세워 성장했지만 실적 정체 장기화

"두통, 치통, 생리통엔, 맞다! 게보린" 전 국민에게 친숙한 광고 문구다. '게보린정'은 1979년 출시 이후 40여 년간 국민 해열진통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진통제 부문에서 대상을 받으며 2016년부터 8년 연속 고객충성도 1위 제품으로 선정됐다.

게보린을 만든 곳이 삼진제약이다. 50년 이상 업력을 자랑하는 중견 제약사다. 특허가 만료된 신약을 복제한 제네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항혈전제 '플래리스정'이 대표 제네릭 제품이다. 지난해 처방액은 701억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사노피 '플라빅스'를 제외한 원외처방액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 내수 제네릭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약가인하 및 위수탁 제한 등 정부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진제약도 오랜 기간 실적 정체기를 겪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8.6%, 2020년 13.7%, 2021년 13.6%로 매년 악화했다.

오래된 제약사 이미지에 갇혀 몸값이 저평가됐다는 점도 해결 과제였다. 2021년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2.87배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동화약품(22.82배), 경동제약(27.80배), 동구바이오제약(25.09배)과 비교하면 한창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삼진제약=게보린' 탈피…R&D 기업 체질개선 사활

이런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R&D에 힘을 쏟아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약이 아니고선 성장할 수 없다는 오너 2세들의 입김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했다. 1941년생 동갑내기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공동 창업해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하지만 2021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어 지난해 최용주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1982년부터 삼진제약에서만 근무한 인물이다.

여기에 시설 투자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2021년 466억원을 들여 마곡 연구센터 신축에 착수한 데 이어 오송공장 증축에 693억원을 쏟아부었다. 연간 영업이익 300억원대 기업으로선 공격적인 투자 결정이었다.

특히 마곡 연구센터의 경우 김찬중 경희대 교수에게 설계를 맡길 정도로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201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및 건축문화대상,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어워드 등 국내외 수상 경력을 보유한 유명 건축가다. 마곡 '서울식물원',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삼성동 KEB하나은행 '플레이스 원', 상암 'JTBC 신사옥' 등이 유명 건축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삼진제약 입장에서 마곡 연구센터는 연구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네릭 중심 제약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약 개발 R&D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최첨단 시설 도입은 물론 직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한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원이 최적의 환경에서 일을 할 때 최고의 신약개발 성과도 나온다는 논리다.

◇마곡 시대 열고 글로벌 시장 정조준

마곡 연구센터는 2021년 개소했다. 지하 4층, 지하 8층 규모로, 연면적이 1만3340.13㎡(4035평)에 달한다. 신약 개발 전주기를 아우르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약 개발에 나선 삼진제약의 R&D 전초기지인 셈이다.

최근엔 '마곡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고 권위 건축상으로 불리는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건축물 민간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앞서 제4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선 우수상, 녹색 건축상, 시민 공감 특별상 등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나가다 외관에 끌려 방문하는 사람도 생겼다.


연구센터 설립은 인재 확보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합류한 이 센터장이 대표적이다. R&D를 향한 진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2004년 SK케미칼에 입사해 신약개발, AI 플랫폼 개발, 투자 등 업무를 수행한 R&D 전문가다. 2019년 발족한 SK케미칼 오픈이노베이션팀 팀장을 맡아 다양한 바이오벤처와 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R&D 기틀을 다진 삼진제약의 목표는 글로벌이다. 5년 뒤 기술수출(L/O) 두 건을 비롯해 임상 1상 단계 과제 4개, 전임상 단계 과제 약 10개를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부턴 2년마다 한 건씩 L/O를 성사하겠다는 포부다. 이밖에 신규 플랫폼이나 모달리티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현재는 비록 초기 단계 과제가 대부분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임상, 전임상 등의 각 개발 단계에 적절한 수의 과제가 포진한 건강한 구조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시판허가를 받은 신약을 적어도 한 품목 보유한 기업이 되기 위해 R&D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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