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조광피혁 불편한 동거]경영진 압박전략, 주식농부 투자 전략 재조명①투자 성공 신화에 한국판 워런 버핏 찬사, 일각선 수급조절 시세차익 지적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28 08:18:09
[편집자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다. 슈퍼개미로서 연 수익률 50%를 넘어서며 한때 자산가치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다. 반론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 패턴을 거듭하고, 법의 경계에 서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조광피혁 투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출구(엑시트)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더벨은 주식농부와 조광피혁의 불편한 동거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 '가치 투자의 귀재', '농부처럼 우직한 투자의 정석'.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필명 주식농부)의 뒤를 따라다니는 세간의 찬사다. 이른바 단타 매매가 판치는 주식투자 시장에서 본인만의 '인사이트(통찰력)'를 바탕으로 우량 회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 주요주주로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투자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국제투자자자문 펀드매니저 등을 거쳐 1997년 37세의 나이에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에 선임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1년부터 전업투자가로 활동하면서 당시 9·11 테러로 폭락한 주식들을 매수했고, 단기간에 포트폴리오가 폭등하면서 큰 수익을 본 걸로 전해진다. 2006년 투자회사 스마트인컴을 설립하면서 개인자산과 법인을 통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저서(주식투자 절대원칙)를 통해 "1998년 IMF 사태의 여파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팔고, 사글세를 전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1년 전업투자자로 나서면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고 적고 있다.
박 대표가 추구하는 투자 철학은 '농심(農心) 투자'다. 좋은 씨앗을 고르고, 비옥한 토양과 환경 하에서 소출이 날 수 있도록 꾸준히 투자하고, 팔로업해야 한다는 의미다. 농부의 마음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을 설파하면서 '주식농부'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다른 저서(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에서 "가장 좋은 씨앗을 찾는 일은 농부에게 멈출 수 없는 일이며, 품종이 한 해 농사의 절반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지 말고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런 버핏이 추구하는 '므두셀라 기법'의 한국판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는 적절한 기업에 투자를 단행해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면서 이익을 거두는 방식을 추구한다.
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므두셀라는 약 1000살까지 생존한 장수의 상징이다. 잠재력이 있는 회사에 장기간 투자금을 묻어두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그때 과실을 거두는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주요 주주로서 끊임없이 조언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투자처를 발굴하면 5%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투자를 진행한다. 경영을 하듯 투자를 하라는 지론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투자시장의 대세인 '행동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단순한 투자자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경영에 자극을 주면서 성장을 견인하는 식이다.
일례로 피혁 및 자동차 시트를 생산하는 유가증권 상장사 '조광피혁'에 대한 지분율은 14.79%(스마트인컴 지분 포함)에 이른다. 한 번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보면서 장기간 투자했다. 조광피혁의 경우 2007년 처음 투자를 시작해 2011년 지분율 5%를 넘어섰고, 2013년 10%를 넘어서면서 현재 이연석 대표에 이어 개인 2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경제TV(18.62%), 국보디자인(9.33%), 아이디스홀딩스(6.98%), 디지틀조선(4.98%), 알톤스포츠(4.78%), 원일특강(5% 미만), 대륙제관(5% 미만), 태양(5% 미만), 신라교역(5% 미만) 등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전체 시황이 부진에 빠지면서 포트폴리오의 지분가치가 1000억원 대로 줄어들었지만, 한창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을 시기 그가 쥐고 있던 지분가치는 2000억원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박 대표를 추종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셀 수 없다. 그는 자연인을 넘어 서서 이미 주식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구루(Guru)'이자 '슈퍼셀럽'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농부님의 투자수익률을 보면 농심 투자가 도박판 같은 주식시장에 투자의 정도를 알려준다"라거나 "극한의 상황에서 올바른 투자를 하는 박 대표야말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롤모델"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투자업계 일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기도 한다. 2000년대 연 50%의 수익률을 넘나들던 시절이 있었지만, 당시의 투자 환경과 현재의 환경이 완연히 다른데다 현재 투자 수익률이 정체기를 겪고 있어 '투자의 정석'으로 불리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실제 현재 그가 쥐고 있는 포트폴리오 다수가 현재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의 저 성장주다.
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투자 초창기에는 가치투자로 훌륭한 분이었으나 나중에 명성이 올라가자 추종자가 늘어났고,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세력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가치주의 선별 방식에 대한 이견도 제기된다. 회사의 성장성에 방점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거래량이 극히 적은 종목을 매집, 수급조절에 따라 시세차익을 본 케이스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 행동주의를 통해 경영진을 압박하는 패턴도 관찰된다는 분석이다. 조광피혁, 대륙제관 등의 포트폴리오가 대표적이다. 조광피혁의 경우는 개인 2대주주로서 소송을 통해 회계장부 열람을 추진하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최근의 패턴을 보면 유통량이 적은 주식을 타깃으로 놓고, 회사를 압박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게 하는 등 수급량을 활용하기도 했다"이라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고성장 구간일 때는 이런 방식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시대에 다소 뒤떨어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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