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은 지금]'희토류 영구자석' 피벗 성안, 기회요인은 '미중 갈등'①전략자원 투자·무역통제 격화…미국 MP머티리얼즈 NdPr 원료 도입, 밸류체인 구축 가속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17 13:00:02
[편집자주]
1970~1980년대 섬유산업 중흥기를 구가했던 성안은 현재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희토류를 기반으로 한 영구자석 시장 진출이 핵심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신사업에 대한 우려감을 보내고 있지만, 최고 전문가로 새롭게 진용을 구축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더벨은 성안의 가능성과 과제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존 섬유사업에서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Permanent Magnet)' 사업으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성안'이 신사업 전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성격이 현저하게 다른 이종산업 진출의 우려에도 불구, 해당 분야의 톱티어급 전문가로 진용을 새롭게 구축해 시장의 의구심을 정면돌파하겠다는 포부다. 성안이 노리고 있는 기회요인은 '미-중 무역갈등'이다.16일 업계에 따르면 성안은 기존 섬유생산 설비가 위치한 대구공장을 영구자석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베트남 빈증성에 위치한 금속정련 공장의 고로 증설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피벗(pivot)에 나섰다. 성안 관계자는 "2019년 국내 섬유생산 설비를 이집트(성안섬유 이집트)로 이전한 후 유휴공간이 많은데,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 영구자석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6년 서울 명동에서 성안섬유공업㈜으로 설립된 성안은 섬유 수출사(史)에서 빼놓고 설명하기 힘든 기업이다. 1970~1980년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섬유산업이 중흥기를 맞자 직물, 나염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빠르게 사세를 확대한 제조사다. 폴리에스터 F 소재를 기반으로 한 '스타텍스(STARTEX)' 브랜드로 유명하다.
성안은 1990년대 뉴욕, 바르샤바 등에 북미, 유럽 거점을 구축하고 수출을 확대하면서 한때 30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섬유산업의 쇠퇴와 함께 수익성이 대폭 저하, 지난해 8월 대주주 지분을 대호테크놀러지에 매각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말 매출액 725억원,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했다. 생산설비를 이집트 등지로 이전하면서 전체적인 채산성을 손보고 있다.
성안은 올해 6월 이준영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겐지 고니시(KENJI KONISHI) 부사장 등을 영입하면서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 사업의 진용을 갖췄다. 이 대표는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사를 거쳐 현대투자증권 국제부,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 등을 지낸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다. 고니시 부사장은 중국 메이저 영구자석 메이커인 제이엘마그(JLMAG) 희토류㈜ 중국 간저우 상무이사를 역임한 희토류 전문가다.
성안이 겨누고 있는 시장은 희토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기반 영구자석 시장이다. 경희토류 물질인 네오디뮴(Nd)과 프라세오디뮴(Pr) 정광을 제련해 만든 영구자석(소결자석)은 접합자석 대비 최대자력이 2배 이상 높고, 보자력(자성을 유지하는 성질) 역시 1.5배 뛰어난 부품이다. 각종 전자제품은 물론 재생에너지(풍력) 발전 터빈, 2차전지 모터 등에 두루 사용된다.
성안은 미국 주요 희토류 채굴업체인 MP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최근 NdPr 산화물 공급계약을 맺고, 약 240톤(t) 가량의 초도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공급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해당 물량을 기점으로 수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금속정련 및 영구자석 직접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협력사 MP머티리얼즈는 NYSE(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로 현재 미국내 유일한 희토류 채굴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제임스 리틴스키(James Litinsky) 대표, 마이클 로젠탈(Michael Rosenthal)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사모펀드 주축들이 인수해 희토류 정광사업을 재개하고 있다.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Mountain path) 등지에 채굴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성안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MP머티리얼즈 및 미국, 유럽 채굴업체로부터 영구자석의 원료가 되는 희토류 정광 산화물(옥사이드)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금속을 정련해 국내외 영구자석 메이커에 납품하는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성림첨단산업처럼 영구자석을 직접 생산하는 플랜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 국내 성림첨단산업 등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 밸류체인은 △광업 및 미네랄 광석 생산 △희토류 광석 분리 △금속형성 산화물 정련 △영구자석 등 어플리케이션 제조 △2차전지 등 엔드유저 등으로 대별된다.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광업, 산화물 처리 대신 정련, 영구자석 제조 쪽에 비중을 두겠다는 계산이다. 성안 관계자는 "가공금속을 자석 메이커들에 공급하는 방식과 MP머티리얼즈와 손잡고 임가공을 전담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안이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은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이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일환으로 최근에도 반도체·AI 등 대중국 투자금지 행정명령을 공표하는 등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역시 이에 맞서 반도체 재료인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NdPr 자석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와 무역통제가 유력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설비를 갖춰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축이 되겠다는 계산이다. 자급이 가능한 중국을 제외, 서방 시장이 타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대신 자국의 채굴업체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원료소싱을 독려하고 있다. MP머티리얼즈 입장에서는 광업 및 산화물 처리 사업의 정책적 환경이 매우 유리하게 조성돼 있는 셈이다.
성안이 설비에 대한 퀄(품질인증)만 신속하게 획득한다면 MP머티리얼즈와 탄탄한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마중물 성격인 240톤 정광 도입을 시작으로 2000톤 이상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성안 관계자는 "지난해 희토류 기반 신사업 진출을 결정한 이후 지정학적 환경이 매우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잠재 고객사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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