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한국 금융권의 폴란드 '공략법'생산 플랫폼 역할 '톡톡', 한국이 경제성장 모델…중소협력사 금융지원 '급선무'
바르샤바(폴란드)=김서영 기자공개 2023-10-17 07:12:53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과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럽 국가가 있다. 바로 폴란드(Poland)다. 폴란드는 어원 그대로 '평평한 대지'를 뜻한다. 실제로 폴란드는 우리나라와 달리 산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웬만한 언덕도 흔치 않다. 쭉 뻗은 도로 끝엔 광활한 지평선이 펼쳐진다.폴란드가 동유럽에서 각종 산업의 생산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강점이 여기에 숨겨져 있다. 폴란드의 평평한 대지는 공장을 짓기에 매우 적합하다. 폴란드는 1989년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체제를 전환했다.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의 투자가 폴란드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폴란드에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배터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위한 것이다. LG엔솔 외에도 LG전선이 EV 배터리용 부품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1차 벤더인 만도는 현가장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여기서 전자제어시스템을 생산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 역시 한국을 경제 성장의 모델로 삼고 중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고, 여기에 시중은행을 포함해 89개 경제사절단이 함께한 바 있다.
폴란드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금융업도 덩달아 바빠졌다. 현지에 진출한 크고작은 기업은 공장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과 금융 업무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폴란드에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기은) 등이 사무소 형태로 진출해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의 폴란드 진출이 지금보다 더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완 PKO은행(Bank Polski) 아시아기업 담당 이사는 "PKO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폴란드 은행이 한국 기업을 환영하고 있고 유치하기를 원한다"며 "한국 기업의 폴란드 투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폴란드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사의 과제는 무엇일까. △배터리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 △국내 기업들의 방산 수주 낭보 △우크라이나 전후 건설·플랜트 개발 호재 등 폴란드가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국내 은행들이 이에 발맞춰 이들의 금융 니즈를 해결해주는 역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현지 사무소 크기를 키워 법인으로 전환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현지은행을 사들여 폴란드에 진출한 LG페트로은행이 현지화에 성공했듯 국내 진출기업뿐만이 아니라 폴란드 금융 소비자를 위한 금융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김영완 이사는 "폴란드 시장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커지지만, 국내 은행들이 손익계산서 대한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폴란드 금융시장이 성숙기에 들어 외국계 자본이 빠져나가는 등 법인을 설립해 현지화 작업에 드는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폴란드 현지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기은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은 사무소 이상으로 덩치를 키워나갈 계획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은행을 보유하지 않고서 지점을 낼 수 없다는 현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기은은 지금의 폴란드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연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무소를 개소할 방침이다.
결국 폴란드와 한국의 금융 시장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대기업 밸류 체인에 속해 폴란드에 진출한 협력사에 국내 금융사의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폴란드에만 331개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헝가리(243곳), 슬로바키아(121곳), 체코(90곳)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이사는 "폴란드에는 현재 폴란드계 은행 13곳, 외국계 은행 17곳 등 모두 30여개의 시중은행이 있으며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없다"며 "문제는 중소기업 및 비상장기업에 대한 한국계 은행의 금융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