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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재무이슈 점검]쌓이는 재고, 늘어지는 현금 사이클⑤1년만에 64일→100일로 길어져, 재고판매 과정에 현금 대거 묶여

원충희 기자공개 2023-08-28 07:24:18

[편집자주]

곳간에 쌓인 현금만 1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도 돈 걱정이 있다. 수년 간 이뤄진 대규모 배당과 시설투자, 인수합병 등의 지출로 본사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와 해외법인으로부터 차입·배당 등으로 실탄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재무이슈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14: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가 2분기 들어 더 늘었다. 재고자산 부담은 현금 사이클(Cash Cycle)을 늘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라 기업 유동성에 악재다. 특히 삼성전자는 상생결제를 통해 10일 내로 협력사 대금을 지급하는데 반해 매출과 재고가 현금화되는 기간은 더 길어져 간극이 심해졌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에 투입한 현금자본이 재고와 매출 과정을 거쳐 다시 현금으로 돌아오는 데 100일 가까이 걸린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한 달 이상 기간이 늘었다. 그만큼 돈이 판매 과정에서 묶인다는 뜻이다. 다만 재고 증가 폭이 한풀 꺾이면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2분기 재고자산 급증, 증가율은 둔화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2분기 말 재고자산은 33조69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56.6% 증가했다. '제품 및 상품'과 '반제품 및 재공품' 항목에서 글로벌 반도체 불황 여파가 반영돼 큰 폭으로 늘었다. 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재고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가 전체 재고부담을 늘렸다.


재고가 쌓이면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 생산에 투자된 자본이 재고 과정을 거쳐 매출채권으로 바뀌고 다시 현금으로 돌아오는 사이클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6월 말 삼성전자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재고자산회전일수는 77.44일로 전년 동기(31.2일)대비 한달 이상 늘었다. 재고가 팔려 현금으로 들어오는 데 걸린 기간이 두 달을 훨씬 넘는다.

매출이 현금화되는 기간인 매출채권회전일수는 51.84일로 작년 6월(52.26일)과 비교할 때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로선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현금이 재고에 거의 묶인다는 뜻이다. 이럴 때 통상 원재료나 협력사 대금 등의 결제를 늦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최근 공개된 지급수단별·지급기간별 지급금액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협력업체 등에 지급한 금액은 1조5358억원, 100% 상생결제로 이뤄졌다. 지급기간별로 보면 91.39%가 10일 이내로, 나머지는 15일 이내로 지급됐다. 원재료 및 장비 구매나 공사 발주 등을 웬만하면 10일 내, 늦어도 보름 내 결제한다는 뜻이다.

통상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들에 행하는 갑질 중 하나가 결제일 장기화다. 대기업 입장에선 매입채무회전일수가 길어지면서 현금흐름에 유리하나 협력사에 자금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1위 대기업 답게 모범을 보이며 협력업체와 안정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매입채무 부담을 어느 정도 감내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들어간 현금, 회수에 100일 가까이 걸려

올 6월 말 별도기준 삼성전자의 매입채무회전일수는 24.81일로 전년 동기(19.91일)보다 다소 늘었다. 다만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비교기업군이 대략 40~90일에 걸리는 데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회전일수가 매입채무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데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매출채권회전일수+재고자산회전일수-매입채무회전일수'로 계산되는 현금 사이클은 6월 말 현재 99.47일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3.56일)에 비하면 한달 이상 늘어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현금이 재고와 매출을 거쳐 현금화되는 데 평균적으로 3개월 이상이 걸린다. 100일가량의 기간 동안 필요한 유동성과 현금흐름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스런 점은 재고자산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분기 대비 재고자산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2.6%, 4분기 10.2%, 올해 1분기 9.9%로 낮아지다가 올해 2분기 5.5%까지 꺾였다. 증권가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재고 부담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보다 감산 결정이 늦어졌고 고객사들이 강도 높은 재고조정에 나서면서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2분기에 최대로 반영됐다.

지난 4월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낸드플래시 위주로 감산에 들어간 이후 어느 정도 증가 폭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재고 모두 5월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생산 하향조정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고가 소진될 경우 늘어진 현금 사이클이 회복되고 운전자본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면서 활동성 지표가 다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로선 현금이 재고에 덜 묶이는 만큼 유동성 부담도 덜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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